[신간] 세계 역사를 뒤바꾼 '100가지 암살사건'

기사입력 2015-09-15 15:10



세계사를 뒤바꾼 역사적 사건, 그 중에서도 '암살'사건은 훗날 그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극명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역사 속의 암살이란, 때로는 저항이었고, 때로는 보복이었으며, 때로는 처형이었다. 어제의 가해자가 오늘의 피해자로,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로 변신한 경우도 허다하다. 오늘의 눈으로 바라보면, 과연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틀렸을까.

쿠데타, 암살, 정변…. 권력의 속성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사건들이 모여 우리의 인류사를 만들어왔다. 특히 암살은 정치란 무엇이고 권력이란 무엇이며, 인간사란 또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를 가장 활발하게 일으키는 주제다. 체제전복을 위한 리더의 제거든, 권력투쟁에 따른 정적의 말살이든, 측근의 이권다툼 혹은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행이든, 혹은 신화적이고 운명론적인 전율을 동반한 죽음이든 간에 역사상 수많은 요인과 위인이 암살이라는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노린 행위로 목숨을 잃었다.

인류의 역사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우리가 암살로 목숨을 잃은 인물과 사건을 연결해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독재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카이사르의 죽음으로 로마는 원로원이 해체되었고, 제정 로마 시대의 문을 열었다. 좀더 가까운 과거로 눈을 돌려 미 대륙의 통합과 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의 죽음으로 막 피기 시작한 흑인들의 인권이 거의 한 세기가 넘도록 답보상태로 정체되었다. 암살은 작게는 한 국가의 미래를 바꾸지만,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세계대전의 단초를 제공한 사라예보의 총성을 기억하는가? 고질적인 민족문제를 해결하고자 진보정책을 펼치던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고, 이는 곧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좀더 가깝게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으로 돌려보자. 2001년 9월 11일 미국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국방부 건물에 민간 항공기가 충돌해 약 3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항공기는 공중에서 납치되어 자살테러의 무기로 사용됐다. 이른바 9·11테러 이틀 만에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 테러의 주모자로 빈 라덴을 지목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9·11테러의 주모자인 빈 라덴의 인도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고, 결국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루하게 계속된 전쟁으로 양측의 사상자는 계속 늘었고, 결국 빈 라덴이 사실된 후 2014년 5월 미국의 철군 발표로 종료됐다.

이번에는 우리 역사로 역사의 시선을 돌려보자. 조선의 건국을 앞에 두고 암살자에 의해 충절의 상징이 된 정치가 정몽주 선생에서부터 개화에 눈을 뜬 지식인 김옥균의 죽음은 조선의 급진개화파 혁명 실패의 상징으로 오히려 조선의 근대화 과정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일제 치하의 암울한 시대, 구국의 레지스탕스 김구 선생, 재야 대통령이라 불리던 장준하 교수의 설명되지 않은 죽음은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말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죽음이다. 의문사로 미뤄둔 장준하 교수의 죽음은 2012년 8월 15일 유골을 검사해 머리뼈에서 6센티미터의 구멍을 발견하면서 그의 죽음을 재조명했다. 2013년 타살 후 추락으로 결론지어져, 부당하거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사망·실종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장준하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40주기인 2015년 현재 통과되지 않고 계류중이다.

암살사건을 짚어보면, "세계사에 유례(類例) 없는"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마땅한 예외적 상황을 손꼽는다는 것조차 어렵다. 신하가 왕을, 왕이 신하를 죽이고, 새로운 권력이 기존의 권력을 찬탈하며, 배신과 숙청, 의심과 탄압, 정치?사상적 대립, 국가 간 침략과 저항에 따른 비극까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숱하게 반복되어온 현상이다. 그러나 수천 년을 이어온 인류 역사의 연속성을 떠올리면 특정인의 죽음이 격발한 어떤 흐름의 변화 혹은 정체(停滯)를 부정할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역사의 방향을 뒤튼 원인(原因)은 아니어도 근인(近因) 혹은 동인(動因)이 되기에 충분한 드라마틱한 예다. 그리고 이 같은 사례들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대체역사(代替歷史)에 대한 상상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고구려가 멸망하지 않았다면? 통일신라가 해상왕국으로 보다 발전했다면? 공민왕 최후의 개혁이 성공했다면? 국제정세 격변기에 소현세자가 살아남았다면? 동서양 문명의 충돌이 일어난 19세기 중후반 동아시아 삼국 군주(한국의 고종, 중국의 광서제, 일본의 메이지 덴노)의 운명이 달라졌다면? "역사에 가정이란 무의미하다"는 말을 꼭 표면적인 의미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역사란 끝없이 반추하는 데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삶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 두 편저자들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100가지 암살사건』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죽음과는 별개로 권력, 돈, 치정, 정의, 광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인에서 비롯된 '타살'에 마주하다 그들 앞에 켜켜이 쌓인 인류의 암살사를 일목요연하게 다룬다. 역사상의 유명인들이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 왜 누군가는 그들을 죽여야 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은 통섭적 사고로 역사의 맥을 짚는다. 소위 '암살' 당한 이들의 죽음을 추적해간 그들의 호기심은 과연 '역사'란 진보하는지 아니면 돌연변이에 의해 진화할 뿐인지에 관한 또 다른 의문을 낳는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다. <스포츠조선닷컴>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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