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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돈으로 온갖 파렴치한 짓을 일삼는 안하무인 재벌과 '대중을 개 돼지로 여기는' 비리 정치인,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한 검찰, 펜을 칼처럼 휘두르는 언론인, 권력에 기생하는 조직폭력배…. 최근의 한국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출연자'들이다. 부패하고 부정한 권력층을 소탕하는 내용의 영화가 연달아 성공하면서, 사회고발 성격의 범죄 스릴러는 이제 불패의 흥행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와 내용의 영화들이 연달아 쏟아지는 탓에 영화의 메시지나 파급력이 반감되는 부작용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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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가니법'을 이끌어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에 대한 재수사도 이뤄졌다. 1997년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은 부실 수사 논란과 함께 미제로 남을 뻔했지만, 2009년 영화 개봉을 계기로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됐다. 검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한국으로 송환된 범인은 최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 영화 '암살'도 여전히 현재적 과제인 친일파 청산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재야에 묻혀 있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는 역할을 했다. 영화가 영화로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다. 하지만 '베테랑'과 '내부자들'의 경우, 권력의 전횡을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오락이 된 사회고발 영화들은 사회적 공분을 흡수하거나 감소시키는 완충제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극장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얻으면 그만일 뿐, 권력에 대한 경각심은 극장문을 나서면 힘을 잃는다. 권력층이 자신들에게 향하는 대중의 분노를 영화가 걸러주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도발적인 상상을 한다면, 조금 과도한 일일까.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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