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음악의 힘을 보여준 뮤지컬 '투란도트',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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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큐브아트센터에서 17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를 원작으로 해서 (사)대구구제뮤지컬페스티벌이 만든 작품이다. 지난 2012년 대구에서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아주 신선한 감흥을 받았다. 이미 상당한 음악적 완성도와 화려한 무대로 객석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2차례, 중국 초청 공연 2차례 등을 거친 뒤 마침내 올해 서울에 입성한 '투란도트'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보여줬다. 점점 성장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투란도트'는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 아니다. 공주가 낸 수수께끼 3개를 푼다는 게 전부다. 이 짧은 소재를 두 시간 넘게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 엮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관록의 연출가 유희성은 장소영의 음악을 기반으로 안무(오재익)와 조명(민경수), 무대(서숙진) 등 베테랑 크리에이티브팀을 적절하게 배치해 매우 '가성비' 높은 무대를 만들어냈다. 칼라프 역의 정동하, 이건명, 이창민, 투란도트 역의 알리, 리사, 박소연 등 이 작품과 인연을 맺어온 배우들의 열연도 당연한 자산이다.
'투란도트'는 어떤 면에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6년 전 대구에서 처음 트라이아웃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작품에 대해 큰 기대를 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제작사가 상업적인 전문 컴퍼니도 아니고 공공기관이라 '한 두 번 하다 말겠지'라고들 여겼다. 하지만 6년의 세월을 버티며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왔다. 그리고 첫 서울공연의 테이프를 끊었다. 대단한 집념이다.
지금껏 거둔 성과가 대단하긴 하지만 '투란도트'가 가야할 길은 아직 남아 있다. 이제는 세련된 포장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비어있는 공간들을 다양한 볼거리로 메워야 작품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고품격의 뮤지컬로 점프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론 돈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투란도트'는 3월 13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