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동주'-'귀향', 작은 영화가 맵다

기사입력 2016-02-24 17:18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작은 영화가 맵다. 작지만 의미 있는 두 영화 '동주'와 '귀향'에 관객들이 뜨겁게 응답했다. 철통 같던 극장도 결국엔 빗장을 풀었다.

평생의 벗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스물여덟 짧은 생애를 그린 '동주'는 개봉 2주차를 맞아 상영관이 점차 늘고 있다. 개봉일인 17일에는 '데드풀'(스크린수 915개, 상영횟수 5073회)에 한참 못 미치는 374개 스크린에서 1084회 상영됐지만, 좌석점유율이 40%대까지 치솟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영화를 보고 싶어도 상영관이 없어 볼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스크린을 늘려달라'는 관객들의 요구가 쇄도했다. 22일에는 스크린수 447개, 상영횟수 1438회로 확대됐고, 23일에는 그보다 더 늘어난 469개 스크린에서 1514회 상영됐다. 순제작비 5억 원에 불과한 흑백 영화 '동주'는 오로지 영화의 힘과 관객의 지지로 극장을 움직였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4위까지 올라갔다. 흥행 역주행의 시작이다.

'귀향'의 경우는 기적에 가깝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실화를 담은 이 영화는 개봉 직전 예매율 1위로 치고 올라왔다. 개봉일인 24일 오후 3시 현재도 실시간 예매율 27.6%(영진위 집계)로 '데드풀'과 '주토피아'를 제치고 1위다. 24일 스크린수는 499개, 상영횟수는 1998회다. 무사히 개봉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던 작은 영화의 반란이다.

'귀향'은 영화 '파울볼', '두레소리' 등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이 2002년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그림이 직접적 모티브가 됐다. 하지만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 세상 빛을 보는 데 14년이 걸렸다.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해 제작비의 절반 가량인 12억여 원을 모았다. 무려 7만 5000여 명이 제작비를 십시일반 보탰다.

언론시사회에서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우여곡절 많았던 제작 과정이 알려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일 양국 정부의 일방적 위안부 협상에 대한 국민 반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영화를 둘러싼 분위기가 급변했다.

극장 체인인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일찌감치 '귀향'에 상영관을 내주고 예매를 받았다. 하지만 업계 1위 CGV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귀향'을 찾아보려던 관객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온라인에 비난 글이 폭주했고, 극장에 직접 전화해 항의하는 관객까지 생겨났다. 결국 CGV도 뒤늦게 '귀향'의 예매를 받기 시작했다. 24일 오후 3시 현재 메가박스(53.5%)와 롯데시네마(25.8%)는 물론이고 CGV(18.1%)에서도 예매율 1위다.

조정래 감독은 배급사를 통해 "예매율 1위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은 국민들의 힘과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의 영혼이 함께해 주신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광고등학교 역사교사인 최태성 씨는 26일 강남 메가박스의 '귀향' 상영관을 사비로 빌려 선착순 100명에게 무료 관람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동주'와 '귀향'이 극장가에 일으킨 돌풍에는 최근의 '검사외전', '데드풀' 같은 흥행작의 스크린 독점에 대한 반작용도 하나의 외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크린 쏠림 현상에 대한 관객의 피로감이 소외받고 있던 좋은 영화들을 찾아보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동주'와 '귀향'은 자본의 논리가 아닌 관객의 힘으로 영화시장을 변화시킨, 작지만 소중한 사례로 남을 것 같다"고 의미를 짚었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와우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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