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태후' 김원석 작가 "삼각관계 없앤 이유는"

기사입력 2016-04-19 16:1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삼각관계가 빠졌을까.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의 김원석 작가를 만났다. 서울 중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척 즐거운 모습이었다.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30%대를 넘어서며 2016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 중국에서도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 누적 조회수 20억 뷰를 돌파하는 등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김원석 작가에게 궁금했던, '태양의 후예' 그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원석 작가는 "방송 끝났는데도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평가받고 남았으면 좋겠다. 작가들의 설명 보다는 시청자들이 보고 느끼는 게 전부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본방송 이후에도 궁금해하시는 게 많다고 전해 들었다. 너무 큰 관심과 사랑 보내주신 시청자분들께 답해드리는 게 도리라 생각했다. 김은숙 작가님은 '시크릿 가든' 이후 드라마 인터뷰를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셨기 때문에 내가 하게 됐다. 김은숙 작가님이 참여연대와 방송에 참여하신 건 '태후' 관련이 아닌 투표 독려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왜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삼각관계 대신 '송송커플' 송중기-송혜교와 '구원커플' 진구-김지원을 내세운걸까. 다음은 김 작가와의 일문일답.


─ 이렇게 인기가 있을 거라 예상했나.

몰랐다.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너무 잘돼서 신나고 무섭고 떨렸고 즐겁고 행복했다. 너무 잘 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다. '이렇게 높은 파도 위에 올라서 보는구나' 생각도 했다.

─ 원작이 '국경없는 의사회'였다. 어떻게 김은숙 작가와 공동작업을 하게 된 건가.

김은숙 작가님이 처음 원작을 모니터 해주셨다. 20부 대본을 완성해 놨는데 드라마화 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잠시 멈춘 상태에서 나는 '여왕의 교실'을 하게 됐다. 나도 처음으로 메인으로 '여왕의 교실'을 하게 됐다. 벽에도 부딪혀보고 굉장히 힘들었다. 나도 영화 연출부 출신이기도 하다 보니 내가 레퍼런스가 너무 없구나,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를 배워보고 싶었다. 내가 아는 드라마 작가가 김은숙 작가님 밖에 없었다.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 끝나고 나면 김은숙 작가님한테 가서 보조작가라도 시켜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다. 김은숙 작가님께서 매우 조심스럽게 같이 해봐도 되겠냐고 물어봐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너무 고마워서 숨도 안쉬고 좋다라고 얘기해달라고 했다. 너무 신나게 작업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김은숙 작가님의 팬이었다. '국경없는 의사회' 대본을 쓸 때 막힐 때가 있을 때면 김은숙 작가님의 대본이 내게 교과서였다.

─ 공동작업 얘기를 좀 해달라.

내 원안을 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정말 공동작업이다. 그래서 원안을 놓고 이야기를 다시 꾸리기 시작했다. 해체 재구성을 했다. 원작 중 재밌는 에피소드만 뽑아놓고 새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처음엔 원작 대본이 20개가 있어서 쉽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 원작과 다른 '태후'가 나오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물론 남자 주인공이 군인으로 바뀐 거다. 내가 원작자이기도 하지만 공동 작가이기 때문에 굉장히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원작보다 훨씬 더 좋아진 것 같다.


─ '태양의 후예'란 제목은 누가 정했나.

타이틀은 김은숙 작가님이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다.

─ 제목 변경에 대한 반감은 없었나.

없었다. 제목이 멋있지 않나.


─ 누가 어떤 장면을 만든 것인지도 궁금하다.

한 씬을 만드는건 단순히 대사 상황 뿐이 아니라 모든 것의 조합이다. 난상토론을 하며 구상안을 만들 땐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고 이렇게 저렇게 종합해보고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과 다수결을 통해 결정해 나갔다. 그 과정 속에서 씬들이 탄생했다. 강조하고 싶은 건 김은숙 작가는 역시 김은숙 작가라는 거다. 구성안이 나오고 내가 초고를 쓰고 김은숙 작가님이 재고를 쓰고 또 한번 토의해서 완성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구성안 회의를 할 때 내가 쓴 대사임에도 김은숙 작가님의 손을 거치며 조금씩 달라지고 순서나 대사가 달라지는 걸 통해 읽는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게 만드는 걸 봤다. 진짜 마법같은 일이라 기억한다.

─ 김은숙 작가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

가장 크게 배운 건 공동작업이다. 이번엔 김은숙 작가님이 나와 공동 작업을 하셨지만 평소에도 그렇게 작업을 하신다. 모두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진심으로 반영하려 하신다. 나는 정말 김은숙 작가님을 너무 존경했고 작가님은 나를 되게 존중해주셨다. 그런 것들이 공동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고 시너지다. 그리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굉장히 좋다.

─ 김은숙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었던 삼각관계가 없었다.

김은숙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삼각관계는 하지 않는다, 두 멜로 라인을 가져가자고 했다. 충실한 멜로를 보여준다를 원칙으로 했다. 삼각관계로 펼쳤을 때 두 남자 주인공이 다 멋있었으면 좋겠는데 결국 누구 한명은 져야 한다. 그게 좀 힘든 부분인 것 같다. 이번에는 그런 얘기를 하고싶지 않았다. 각자 사랑을 하며 그 안에서 멋있게 세워보자는 게 작전이었다. 김은숙 작가님도 그런 쪽을 더 선호하신다. 내 애기가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김은숙 작가님이 "삼각관계 드라마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이번에는 두 라인을 두고 가자"고 말씀하셨다.

─ 중국 동시 방송으로 중국에서도 신드롬이 불었다.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좋은 쪽으로 잘 진행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전제작이나 한중 동시방영은 새로운 시도였다. 그러면서 기존 제작 환경에서 만들 수 없었던 드라마를 만들어낸 제작사에도 감사드린다. 이걸 끌고와 준 대표님들, 모험을 선택해주신 KBS, 마무리 잘 시켜주신 NEW에도 되게 고맙다. 내 다음 작품은 열심히 잘 준비하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