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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단에서 드물게 형제 시인이 함께 쓴 시집이 나왔다.
'그러니까 매순간 살아야 한다/그러니까 매순간 죽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날아야 한다/매순간 심장을 날아야 한다/그러니까 심장을 날기 위해선
매순간 사랑해야 한다…'(박용하의 '행성')
한 핏줄을 타고난 형제의 비슷하면서도 대조적인 두 개의 시적 세계관이 한 권의 시집 속에서 충돌하며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읽는 맛이 쏠쏠하다.
재미있는 것은 형제 시집의 탄생 기원에 대한 두 사람의 주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동생 박용하 시인은 30년 전 형이 "훗날 형제 시집 한 번 묶자!"고 했다고 기억하고, 형 박용재 시인은 "세상에 아우보다 나은 형이 얼마나 되겠소"라고 칼을 갈던 동생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신인문학상을 받은 뒤 "형, 우리 나중에 형제 시집 하나 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애와 경쟁의 관계는 기억속에서도 얽혀있다.
이번 형제시집은 구성이 특별하다. 박용하 시인의 동시 5편을 포함해 등단 전 미발표 시 4편과 등단작 2편 등 초기작 그리고 박용하 시인이 뽑은 박용재 시인의 시들과 신작시 그리고 어린 시절 쓴 동시를 함께 묶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