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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판타지 끝판왕이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이 판타지와 카리스마를 등에 업고 여성 시청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츤데레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는 매회 능청스러움, 까칠함, 애잔함 등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제는 카리스마와 판타지까지 장착,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으로 시청자들을 데려가고 있다.
이처럼 '구르미 그린 달빛'은 사극 장르의 일종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적 고증과는 거리가 멀다. 한 나라의 왕세자가 일개 내관 하나를 구하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든다거나, 간호한다거나, 자유자재로 축제를 즐기는 등의 모습은 역사적으로 봤을 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박보검의 연기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사극이라는 것마저 잊게 만든다. 애절한 눈빛 연기는 간호신의 분위기를 배가시켰고, 말도 안되는 수중신조차 설탕물로 만들었다.
물론 대사와 연출의 능력도 한 몫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후아유-학교 2015'를 집필한 김민정 작가와 '연애의 발견' 등을 연출한 김성윤PD, '후아유-학교 2015' '비밀' 등을 연출한 백상훈PD의 합작품이다. 김민정 작가는 '후아유-학교 2015' 방송 당시 왕따, 자살 등 다소 무서운 주제를 다루는 가운데에도 김소현 남주혁 육성재의 삼각관계를 애틋하고 달달하게 풀어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바 있다. 김성윤PD는 '연애의 발견'으로 세밀하고 사실감 있는 연출감을 보여줬고, 백상훈PD 역시 '후아유-학교 2015'로 탁월한 영상미를 과시한 바 있다. 이런 제작진의 내공이 박보검을 만나 제대로 터진 모양새다. "불허한다"는 대사 한마디로 이영의 마음과 앞으로의 인간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며 최고의 임팩트를 선사한 것이다.
이처럼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배우와 제작진 모두 최대 능력치를 발휘하며 기분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시청자가 빠져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날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은 19.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8.3%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작품이 5회 만에 2배 이상 시청률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상승세에 다른 작품들은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다. MBC '몬스터'는 9.4%,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5.7%의 시청률에 그쳤다. 이미 다른 작품들과 '구르미 그린 달빛'의 격차는 2배 이상으로 벌어졌기 때문에 월화극 판세가 쉽게 바뀔 수는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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