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괜찮아 잘 될거야" 고된 현실, 위로 건네는 가요계

기사입력 2016-11-10 10:21


이효리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각 분야의 시국선언이 잇따른 가운데 가요계도 위로의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위로'를 주제로 한 발라드곡들이 차트에 등장하는가 하면, 비판의 날을 세운 노래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도 있다.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노래들이 본격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승환과 이효리, 전인권 등 음악인들은 상처받은 국민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를 선보인다. 세 사람은 이규호가 작사·작곡한 '길가에 버려지다'를 함께 불러 11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무료 배포한다. 국가 혹은 집단과 개인 사이의 질문에서 시작된 노래로 현재의 갈등과 방황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처연한 슬픔을 이겨낼 희망을 전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음악인들의 재능 기부로 완성된 곡으로 '마법의 성'을 만든 더클래식의 박용준, 전인권밴드의 베이시스트 민재현, 이승환밴드의 드러머 최기웅, 옥수사진관의 기타리스트 노경보, 이효리의 남편인 기타리스트 이상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등이 뜻을 함께 했다. 고된 현실 속 위안을 주는 노래로 한 뜻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승환
제작을 맡은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 측은 "음악인들의 작은 몸짓으로 시작된 국민 위로 프로젝트가 큰 울림이 되어 문화계의 움직임으로 확산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18일에는 '길가에 버려지다'의 두 번째 버전도 공개된다.

발라드 가수 모세의 신곡 'SS'도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곡이다. 노랫말을 보면 한 여자에게 아낌없이 베풀다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배신감을 느낀 남자의 심정을 그린 내용처럼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곡명도 '최순실'에서 따왔다.

힙합 뮤지션들이 풍자곡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발라드 장르는 이례적인 경우다. 모세 역시 나름의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곡이라며 곡 설명을 풀어놓았다. 그는 SNS를 통해 "그동안 여러 정치, 사회 문제에 관한 언행을 많이 조심하면서 지내왔는데 사실 이럴 때 목소리를 내는 것도 광대의 소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래퍼 아웃사이더의 신곡도 요즘 세태와 묘한 연관성을 갖는다. 배우 윤현민의 내레이션으로 화제가 된 신곡 '카악 퉤'는 느와르 영화 OST를 연상시키는 기타 리프에 힘 있고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진 힙합 트랙. 불공평한 현 사회를 향한 강렬한 일침을 전하는 곡으로 갑과 을이 존재하는 불공평한 현실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담았다.


전인권
음악인들의 더 큰 움직임도 있다. 대중음악, 국악, 클래식을 아우른 음악인 2천300여 명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는 700명이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평론가, 작사·작곡가, 공연기획자, 제작자까지 참여해 음악인들의 시국선언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고된 현실을 위로하는 노래들이 사회에 퍼지고 있다. 기존 대중가요가 사랑에 빠져 설레는 감정에 집중하거나, 이별에 슬픈 감정을 호소하는 반면, 이제 외로움에 대한 중심을 '위로'에서 찾는다.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닌, '내가 너의 힘이 되어주겠다'는 식으로 이 같은 정서가 많은 노래에 번지고 있다.

'위로를 받고 싶다'는 노래 속 메시지는 결국 '패배'가 아닌, '가치'를 발견하자는 공유의식에서 출발한다. 음악은 가장 짧은 시간에 강한 메시지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콘텐츠다. 다들 살기 힘든 상황인 만큼,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공감어린 노래는 세상을 보여주는 뉴스이자, 드라마고 다큐멘터리가 된다. 공감이 화두인 시대. 누군가 나서서 혁명적인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그저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길 원한다.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그 어떤 화려한 표현도 '공감'을 대신할 수는 없다.

hero16@spor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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