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동우 "두 장애인의 동행, 밝은 감동드리고 싶어요"

기사입력 2016-11-21 13:19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워낭소리'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 등 다큐 영화들이 의외의 흥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때 다큐 영화는 빛을 보게 된다. 그리고 최근 또 한 편의 다큐 영화가 서서히 관객들의 마음속에 파고 들고 있다. 바로 '시소'(감독 고희영)가 그 것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시소'는 볼 수 없는 사람과 볼 수만 있는 사람, 두 친구의 운명 같은 만남과 우정, 그리고 특별한 여행을 그린 감동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각장애로 앞을 못 보는 틴틴파이브 출신 재즈보컬리스트 이동우와 근육병 장애로 앞만 보는 임재신 씨가 함께 떠난 제주 여행을 따스하게 그려냈다. 이들이 제주 여행을 함께 떠나 영화를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이동우에게 직접 물어봤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기본적으로 중증 장애인들에게 여행은 큰 의미가 없어요." 이동우의 생각이다. "모든 것이 비장애인들을 위해 설치되고 마련돼 있거든요. 가면 불편하기만 하죠. 여행이란 뭔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가는 건데 어느 시점부터는 매력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임재신 씨와의 제주여행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느낌이 달라졌어요. 비장애인들도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서 돌아오는 날까지 불편하게 지내는 일도 있잖아요. 저는 이제 집 앞에 놀이터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임재신 씨와의 첫 만남도 그랬다.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편협한 생각들, 울타리에 갇혀 고착화된 사고들이 일순간에 무너지고 하얗게 변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임재신 씨에게 안구 기증 의사를 들었을 때다. "충격을 많이 받았죠. '이게 동화인가 영화인가. 현실인가'라고 생각을 했어요. 머리로는 이해를 못하고 가슴이 시키는데로 행동하는 것을 배운 것 같아요."

'시소'를 촬영하는 제주여행 동안에도 그랬다. "재신이가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누구보다 재신이 본인이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저나 스태프들은 우려를 많이 했고요. 하지만 오랜 시간 전문 스쿠버다이버들이 시뮬레이션 해보고 연구하면서 가능하게 됐어요. 영화에서는 일부분만 보이지만 정말 하루 종일 준비를 했거든요. 당연히 저는 그 동안 재신이 옆에 붙어 있었죠. 눈이 안보이기 전에 저도 스쿠버다이빙을 몇번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해줬죠. '이런 광경이 펼쳐질거고 굉장히 신비로울거야'하면서요."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이런 휠체어 스쿠버다이빙이 전세계에서 두번째라고 하더라고요. 영국에 한 장애인분이 최초로 하셨나봐요. 하지만 재신이는 목조차 가눌 수 없는 상태라 도와주시는 분들이 초긴장상태였죠. 하지만 그분들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임재신 씨가 포기 안하시면 저희는 끝까지 갑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멋있는 분들이에요. 다이버 대장님이 계셨는데 스쿠버다이빙이 끝나고 올라와서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니까 '모시고 들어갈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영광이었습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시나리오 작가라도 그런 대사는 못썼을 거예요. 우리가 유명인사도 아니고 그걸 하면서 보수를 많이 드리는 것도 아닌데 '영광'이라니요.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여러번 곱씹게 됐어요. 아주 순간이었지만 큰 깨달음이 있었고 울컥했던 순간이죠."

그렇게 이동우는 '시소'를 내놓게 된 이유를 설명해갔다. "우리는 고백이 없는 삶을 살아요..그러니까 감동도 없죠. 하지만 자그마한 감동 하나가 사람을 살리죠. 물론 잘 만들어진 한편의 예술작품을 보면서 감동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건 만들어진 감동이겠고..우리가 살면서 진정으로 감동을 받는 건 마주한 사람과 보는 감동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은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죠. 이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저와 재신이가 느꼈던 뜨거운 눈물을 보시고 어떤 감동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속에 숨겨져있던 감성을 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요. 내 가족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얼마나 서글픈 현실이에요. 기쁨으로 벅차오르는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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