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동우 "장애는 받아들이는 것...작은 행복에 감사"

기사입력 2016-11-21 13:19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워낭소리'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 등 다큐 영화들이 의외의 흥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때 다큐 영화는 빛을 보게 된다. 그리고 최근 또 한 편의 다큐 영화가 서서히 관객들의 마음속에 파고 들고 있다. 바로 '시소'(감독 고희영)가 그 것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시소'는 볼 수 없는 사람과 볼 수만 있는 사람, 두 친구의 운명 같은 만남과 우정, 그리고 특별한 여행을 그린 감동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각장애로 앞을 못 보는 틴틴파이브 출신 재즈보컬리스트 이동우와 근육병 장애로 앞만 보는 임재신 씨가 함께 떠난 제주 여행을 따스하게 그려냈다. 이들이 제주 여행을 함께 떠나 영화를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이동우에게 직접 물어봤다.

"우리의 이야기가 많이 알려졌으면 했어요. 뉴스에선 늘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는 뉴스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예쁘고 아름답고 착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해지잖아요. 제가 직업이 연예인이라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요.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했고 더 알려져서 뉴스로 보도도 되고 온라인 상에서도 우리 이야기가 많이 확산됐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게 됐고 '이렇게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동우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임재신 씨가 만나게 된 것도 극적, 아니 감동적이다. 2010년 어느날 이동우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평화방송 라디오 '이동우 김다혜의 오늘이 축복입니다'를 진행하기 위해 이동중이었다. 그날 운전을 하던 매니저가 갑자기 울었다. 천안에 사는 40대 남자로 부터 망막 기증 의사를 전달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근이양증으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임재신 씨였다. MBC '휴먼다큐 사랑-내게 남은 5%'에서 이동우의 모습을 본 후였다. 이동우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게된지 6년째 되는 해였다.

의학적으로 이동우에게 안구이식 망막이식은 불가능하다. 이동우는 생각했다. '나는 하나를 잃고 나머지 아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 분은 오직 하나 남아있는 것마저 주려고 했다.' 그렇게 이동우와 임재신 씨는 친구가 됐고 첫 여행을 떠나게 됐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물론 이동우에게 제주 여행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임재신 씨와의 여행은 특별했다. "제주도를 보는 제 시선과 마음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주도의 바람이에요. 그 전에 제주도의 바람은 성가셨거든요. 그런데 그 여행 이후론 너무도 그리워요. 제주도에서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으면 새가 되는 것 같아요.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을 만큼요. 제주도가 주는 선물이죠. 그 전 제주도에서는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기 바빴다면 이번에는 제주도 사람들의 삶이 좀 보였어요."

제주도를 새롭게 느끼는 데는 물론 임재신 씨의 도움도 컸다. "재신이는 정말 문학적이고 현학적이에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보는 것들의 묘사를 굉장히 섬세하고 감성적이게 해줘요. 여행지에서는 그 능력이 진가를 발휘했죠. 사실 전 재신이에게 도움을 주기 힘들었어요. 제가 무턱대고 재신이에게 접근했다가는 사고가 날 수도 있거든요. 휠체어를 미는 것도 제가 함부로 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제주여행을 통해서 이동우와 임재신 씨는 진정한 친구가 됐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만난 것이 정말 운명적이었다고 느꼈어요. 같이 있어보니까 정말 공통점이 많더라고요. 우선 둘 다 성격이 온순한 편이고(웃음) 둥글둥글 잘 어울리고 유머를 좋아하죠. 둘다 딸이 한 명씩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에요. 보통 어른들이 자식 이야기를 하면 시간가는지 잘 모르잖아요. 우리에겐 절박함이라는 것이 있어서 할 이야기가 더 많아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서로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많죠."


개그맨, 연극배우 이동우.
삼성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16/

물론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영화 촬영이었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었다. "스태프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죠. 촬영에만 전념하시지 못하고 저희를 돌보기까지 해야해서 진짜 바쁘셨어요. 미안할 정도였죠. 게다가 다큐 촬영이 정말 어렵잖아요. 연출이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대사가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다 우리 신경까지 써야하니까요."

그렇게 탄생한 '시소'는 담담히 두 친구의 제주 여행을 담고 있다. "장애인들의 아픔 슬픔을 그리려고 한 게 아니에요. 처음부터 눈물 같은 건 빼버리고 담백하게 그리자고 정했었죠. 메가폰을 잡은 고희영 감독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하자고 한 것이고요. 고 감독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인류에 대한 관찰을 하는 감독이예요."

이동우는 장애인이다. "당연히 장애는 불편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장애를 극복했다고 말하는데 장애는 극복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받아들이는 거죠. 극복하는 건 과학자들의 몫이죠. 불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5%만이라도 진정 나를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는 일이 있다면 좋은 거죠. 세상에 100% 만족은, 행복은 없잖아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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