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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왕' 조훈연 대표, 연예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07-17 11:39


◇'캐스팅 왕' 조훈연 대표. 미국의 CAA처럼 배우와 감독, 작가 관리, 그리고 에이전트를 겸한 토탈 엔터테인먼트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CNA에이전트

현재 국내에서 제작되는 드라마는 한 해 약 70~80편에 이른다. 영화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감독과 제작사는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을 찾아야하고, 신인이건 베테랑이건 배우들은 '무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정보가 의외로 너무 없다. 이 둘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답답함을 풀어주는 이가 있다. 바로 캐스팅 디렉터다.

이 캐스팅에 관한 한 '왕'으로 불리는 이가 있다. CNA에이전시 조훈연 대표다. 그는 국내 연예계에 '캐스팅 디렉터'라는 개념을 정립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다들 '우리나라에서 그게 되겠냐'고 반신반의했어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100%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연극에 출연했던 그는 배우보다는 배우를 만드는 일에 운명적인 흥미를 느꼈다. 마침내 지난 1998년 연기학원 MTM의 영화팀에 들어가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원 주연의 '진실게임'을 시작으로 유지태 주연의 '동감', '가위' 등에서 캐스팅을 담당한 뒤 2000년 김종학프러덕션으로 옮겨 드라마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강은경 작가의 '유리구두'(2002)를 시작으로 '신화', '별을 쏘다' 등 무수한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매니저나 캐스팅 디렉터는 하는 일에 비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조금씩 회의가 들었다.

조 대표는 '아,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구나. 주먹구구가 아닌 정밀한 캐스팅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2006년 CNA에이전시를 설립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존 배우들은 물론 대학로의 신인 연극배우들까지 차근차근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프로필은 물론 오디션 영상과 단편영화, 독립영화 영상 등을 정리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왔다. 출연작은 물론 연기변신을 위해 출연하고 싶어하는 장르까지 세밀하게 기록했다. 감독이 '이런 배우가 필요한데…'라고 하면 바로 10여 명의 데이터가 '쫘라락' 나오는 수준이 됐다.

조대표는 "캐스팅은 '연결의 마술'"이라고 강조한다. 적합한 배우를 찾아내고, 드라마가 잘 되고, 그래서 배우도 잘 되면 큰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연예산업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인 셈이다.

그가 그동안 관여한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수백편에 이른다. 드라마 '히트'에서 하정우를 첫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김태희의 첫 드라마 '천국의 계단'도 그의 손을 거쳤다. '내조의 여왕'에서는 이혜영과 선우선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했다. 또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대학로 배우 진경을 발굴해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리멤버'의 남궁민, '앙큼한 돌싱녀'의 서강준, '패션 세븐틴'의 최일화, '38사기동대'의 허재호 등은 그의 최근 작업목록이다.


조대표는 2014년엔 연기학원 씨엔시스쿨을 설립했다. "연예 환경이 급속하게 외모 중심에서 연기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방송과 영화 현장에서 통하는 연기를 가르쳐주고 싶었어요"라는 그는 "어떤 오디션이 열리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기력을 쌓아야하는지 도와주는 또다른 다리 역할"이라고 말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초반에 캐스팅 디렉터의 이름이 크게 나오잖아요? 하지만 한국영화는 그렇지 않아요. 국내에서 캐스팅 디렉터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지요"라고 담담하게 말한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곧 캐스팅 디렉터 이름이 초반에 나오게 만들겁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캐스팅 왕'의 꿈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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