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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장훈(42) 감독이 '택시운전사' 제작 당시 외압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영화 '택시운전사'(더 램프 제작)를 연출한 장훈 감독. '고지전'(11) 이후 '택시운전사'로 6년 만에 관객을 찾는 장훈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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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까지는 아니지만 짧은 시간 정신없이 연출만 매달려온 것에 많이 지쳤고 또 이런 혼란의 시기를 가까스로 극복한 장훈 감독. 그래서일까. '택시운전사'는 장훈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 그 이상의 존재였다.
"영화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 후 첫 작품이라 개인적인 애정도도 남달라요. 사실 '택시운전사' 전에 기획했던 시나리오가 있는데 대대적으로 수정이 필요한 이야기라 시간을 두기로 했고 때마침 영화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가 '택시운전사'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때가 2015년 10월이었죠. 굉장히 명확한 기획이었어요. 2003년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소감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니까요. 처음 박은경 대표에게 '택시운전사' 기획에 대해 들었을 때는 마냥 '좋은 소재다'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곧바로 초고를 주면서 연출을 제안하더라고요(웃음). 보통 초고로 감독에게 제안을 잘 안 하는데 너무 곧바로 훅 들어와서 깜짝 놀라긴 했어요. 하하. 그런데 초고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분명했고 캐릭터들 성격도 잡혀 있어서 매력적인 영화가 탄생할 거라 예감했죠. 단지, 1980년대 광주의 이야기라는 시대 배경이 부담으로 작용해돼 일주일간 고민을 하긴 했지만 글을 읽으면서 받았던 느낌과 잔상이 오래 남아서 이 작품을 택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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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의 외압에 대해 다른 영화 이슈를) 들은 부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도 있죠. '택시운전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아예 없었다고 이야기하기엔 힘들 것 같아요. 물론 제작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접했죠. '이 영화 투자받기 쉽지 않겠다' '자칫 영화를 못 만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고요. 어느 한 부분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감은 들었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자'라는 다짐으로 시작했어요. 어떻게 멈춰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라는 뚝심으로 '택시운전사'를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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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완성되지 못할 수 있다는 장훈 감독의 불안감은 송강호라는 '국민배우'의 합류로 잊혔다는 장훈 감독. 그는 "송강호 선배가 어렵게 결정을 한 작품이다. 분명 그에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과감히 도전해줘 고맙다. 송강호가 캐스팅된 후 '택시운전사'는 제대로 힘을 받았고 이후 투자사도 용기를 내 어려운 결정을 해줬다. 모두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 사람들의 모습 등이 조심스러웠던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를 힘차게 이끈 것 같다"고 전했다.
"제가 직접 느낀 외압은 없었어요. 다만 분위기가 조심스럽다는 정도였죠. 이런 부담감은 비단 '택시운전사'뿐만이 아니었어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였죠. 송강호 선배는 '변호인'(13, 양우석 감독)을 선택했을 때나, '택시운전사'를 선택했을 때 한결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모든 영화인의 마음이자 숙명인 것 같아요. 꼭 '택시운전사'이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마음가짐은 아니라는 것이죠."
한편, '택시운전사'는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이 가세했고 '고지전' '의형제'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