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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시장은 PC 온라인 게임과 함께 성장했다. 한국이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수많은 장르로 제작된 다양한 온라인 게임이 있었다. 온라인 게임은 여러 장르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MMORPG가 인기였다.
반면 외산 MMORPG는 퀘스트 중심이었다. 초창기에는 NPC를 호위하거나 아이템을 모아오는 등 단순한 퀘스트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복잡한 조건을 요구하는 퀘스트가 등장했고 최종적으로 유저가 협력해 거대 몬스터를 처치하는 레이드 시스템이 등장하게 됐다. 이렇게 발전한 외산 MMORPG가 국내 게임 시장에 들어와 시장을 장악한 이후 국산 MMORPG는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게 됐다.
국내 게임사들은 기존에 존재했던 사냥과 퀘스트 등 전투 위주 콘텐츠를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가적인 요소를 더해 새로운 MMORPG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픽 요소는 물론 전투 요소를 강화하거나 색다른 콘텐츠를 추가하기도 했다.
블루홀 스튜디오가 2011년 선보인 '테라'는 이렇게 탄생했다. 일일이 상대를 지정할 필요 없이 곧바로 스킬을 사용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논 타겟팅 시스템'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를 통해 전투 콘텐츠를 강화한 '테라'는 기존 MMORPG와는 다른 빠른 속도감과 액션성을 선보였다.
이렇게 국산 MMORPG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가운데 전투와 생활 콘텐츠를 합쳐 오픈 월드를 구현한 게임이 등장했다. 펄어비스가 2015년 선보인 '검은사막'이다. '검은사막'은 직업별 연계되는 다양한 스킬과 타겟, 논타겟을 오가는 전투 시스템으로 색다른 액션 경험을 제공했다.
'검은사막'은 채집, 낚시, 요리, 연금, 가공 등 생활 콘텐츠도 충실히 구현했다. 누구나 시간만 투자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개인 간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에서만 아이템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어 아이템 가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를 통해 '작업장'으로 불리는 세력이 게임 내 재화를 대량으로 모으거나 판매하기 어려워 자동사냥도 배제됐다.
국산 MMORPG는 이렇게 여러 콘텐츠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업데이트로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게임을 완성해나가는 '완성형 MMORPG'가 됐다. 그러나 이런 '완성형 MMORPG'는 국내 유저 성향과 맞지 않는 면이 있었다.
국내 유저들은 게임 출시 이후 곧바로 게임 내 여러 콘텐츠를 둘러본다. 이후 효율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찾고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소비한다. '완성형 MMORPG'는 계획된 콘텐츠를 한 번에 모두 풀어내지 않아 당연히 콘텐츠가 모자라게 된다. 게임 성향이 유저와 맞지 않는 한 유저는 콘텐츠 부족으로 게임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게임을 떠난 유저는 이후 해당 게임에 복귀하는 경우가 드물다. '완성형 MMORPG'가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추가해도 초반에 준비된 콘텐츠를 빠르게 즐긴 유저는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완성형 MMORPG'는 콘텐츠를 어느 정도 준비한 채 해외에 출시하게 됐고 국내 게임 시장보다 해외에서 큰 성과를 달성하게 됐다.
'아키에이지'는 북미, 유럽,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테라'는 북미, 유럽에서 호응을 얻었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캐릭터 '엘린'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순항 중이다. 두 게임 모두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등록되어 MMORPG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검은사막' 또한 북미, 남미, 유럽,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북미, 유럽 시장에서는 총 54개 서버, 동시 접속자 수 10만 명, 유료 가입자 수 8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3월 대만에서는 패키지 누적 판매 30만 장, 가입자 수 50만 명을 돌파했고 '스팀'에서는 지난 5월 출시돼 일주일 만에 판매량 30만 장을 돌파하며 MMORPG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저가 콘텐츠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모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든 배경에는 국산 MMORPG가 있었다"며 "이후 국산 MMORPG는 여러 콘텐츠를 차례대로 추가하는 '완성형 MMORPG'로 국내 유저에게 어필했지만 이미 굳어진 유저 성향을 바꾸는 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성과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