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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정영주(49)가 5개월간 악역을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정영주가 출연한 '황금정원'은 인생을 뿌리째 도둑맞은 여자 은동주가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을 담은 미스터리 휴먼 멜로 드라마. 정영주는 극중 사비나(오지은)이 친모이자 28년 전 동주를 버린 장본인인 신난숙 역을 맡아 극 속에서 끝을 모르는 악행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종회에서는 자신의 모든 죄를 반성하고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죗값을 치르는 결말을 맞았다.
정영주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황금정원' 종영 인터뷰에서 "매일 숙제 같았던 촬영이 끝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무대는 두 달 반을 연습해서 같은 패턴의 공연을 세 시간 집중도있게 선보이지만, 드라마는 매일 새로운 숙제를 받는 것 같다. 매일 내가 숙제를 해내야 촬영장에 갈 수 있는 거다. 그게 매일 연결이 되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즐겁지 않아졌었다. 그런데 현장에 가면 또 그 기분을 까먹는다. '해야지 해야지'하면서 숙제 같은 하루지만, 또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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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하다가 감정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장면도 있다. 악몽까지 꿀 정도로 괴로웠던 장면이라고 말한 정영주는 "어린 동주를 두고 내린 장면을 찍고는 악몽을 꿨다. 집에 가면서 죄책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애를 그렇게 두고 오는 것이, 제가 엄마의 마음이 되니 정말 불편하더라. 어떤 경우에 애를 버리고 도망을 갈까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었다. 속이 너무 불편했던 장면이고 집에 가서 가위까지 눌렸다"고 밝혔다.
정영주는 이 피곤한 감정들을 스태프들과의 농담으로 버텼다고 했ㄷ. 그는 "내 신이 아닐 때에는 스태프들과 농담도 하면서 살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못된 짓을 해버릴 것 같았다. 동주한테 대사를 치는데 정말로 동주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실제 대사에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으니 꺼져'였는데 그걸로 내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당장 나가 내 집에서. 나쁜 마음 먹기 전에'라고 했었다. 난숙이를 하면서 내 말투에서도 난숙이가 나오나 보다.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도 엄마가 나에게 '너 난숙이 같았어'라고 하고 아들도 저에게 '엄마 신난숙 같아'라고 했다. 5개월을 살고 습관이 되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그런 말투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덕에 식당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시청자들이 많았다고 했다. 정영주는 "연세 지긋한 분들은 생선구이집에서 제 등짝을 때리고 고등어를 한 조각 더 주신다. '진짜 그렇게 못된 건 아니지?'라고도 하시더라. '부암동 복수자들' 는 정말 최고였다. '죽일년(주길연)이다!'라고 길바닥에서 소리를 지르는 분도 있었다. 과거에는 빗자루로 등짝도 맞고 물벼락도 맞았다는데 지금은 방법이 더 세련돼졌다. 그래도 여전히 '아유 왜 그랬어'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관심있게 지켜봐주시는 분들이니 저도 같이 호응을 해드린다. '네 저 못돼 처먹었죠'라고 한다. 그런 반응도 다 감사한 거다. 밥집에 가서 반찬을 더 얻어먹으면 '뜬 것'이라고 하던데, 생선구이집에 가서 생선구이를 얻어먹었으니 잘한 것 아닌가"라고 자평했다.
악녀인 신난숙의 최후는 정영주가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것. 정영주는 "저는 벌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해서 감옥생활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 등장할 수 있었다. 제 입에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결말은 아니지만, 드라마 상에서 그릴 수 있는 결말로는 최선인 것 같다. 저희 드라마가 정직한 포맷의 드라마다 보니, 권선징악을 그리는 의미에서 벌받는 장면이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 감옥에서 고생하는 장면도 더 넣어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밝혔다.
정영주는 얼굴이 많은 배우다. '시그널'로 시작해 '황금정원'에 이르기까지 수더분한 껍데기집 주인에서부터 럭셔리한 사모님으로 수없이 변신했다. 그는 "악역이 고착화되는 것에 대해 겁을 내지 않느냐고들 하시는데, 별로 겁 안 난다. 시청자들은 본인들이 보는 시각이 중요하기 문에 그걸로 배우를 기억하는데, 저를 악역으로 기억하는 분들은 나중에 제가 작품 열 개를 더 하더라도 '난숙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구청장이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는다. 제가 나중에 시골에서 파를 심는 아낙으로 나올 수도 있고, 사극에서도 대왕대비로 나올 수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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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와 MBC 두 방송사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였던 정영주는 상 욕심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상복이 진짜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은근한 기대는 남는 법. 연말 시상식에서 노력과 존재감을 인정받을 정영주의 활약상에 기대가 쏠린다. 게다가 정영주는 '보스턴1947'을 통해 영화로 활동무대를 제대로 넓혀간다. 정영주는 "11월 초 영화 촬영이 예정돼있다. 국밥집 아줌마로 나올 예정"이라며 "임시완 배우와 저의 로망인 하정우 배우를 만나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영주가 출연한 '황금정원'은 7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정영주는 '황금정원'의 종영 후 영화 '보스턴1947' 촬영에 열중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ro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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