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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日영화라 외면?"…관객 탓만 하는 '날씨의 아이', 호소문이 우스운 이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1-05 16:1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날씨의 아이'는 일본 영화이기 때문에 외면당한 것일까.

지난 달 30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수입·배급사 ㈜미디어캐슬과 공동 배급사 워터홀컴퍼니㈜ 및 마케팅사는 4일 "일본 영화를 향한 편견을 거둬달라"는 내용희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신카이 마코도 감독의 전작인 '너의 이름은.'(2016)의 -70%를 기록한 첫 주말 관객수를 언급하며 '날씨의 아이' 저조한 초반 흥행 스코어를 국내의 일본 불매 분위기 때문으로 돌렸다. 이들은 일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날씨의 아이'의 광고 및 행사 등 마케팅을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날씨의 아이'의 흥행 실패는 일본이 아닌 '날씨의 아이'를 수입하고 배급한 국내 중소 기업들의 짊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내한까지 했지만 일본 영화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외면 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 양도 방대하고 구구절절한 호소문의 핵심은 "'날씨의 아이'의 국내 흥행 실패는 오로지 '한국의 일본 불매 분위기' 때문"이라는 거다. 지난 2016년 개봉해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371만 관객이나 동원한 '너의 이름은.'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의 흥행 실패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이다. 당연히 이 호소문은 공감과 이해는커녕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켰다. '날씨의 아이' 측이 한국 관객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훌륭한 예술 작품을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날씨의 아이'의 흥행 실패는 오로지 일본 불매 분위기 때문일까. 안타깝게도 영화 흥행 여부는 영화 그 자체에 달렸다. 개봉 전 특정 이슈에 휩싸여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거나 각종 논란에 얽혀들었던 영화들도 개봉 이후 영화 자체에 대한 완성도가 뛰어나다면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흥행에 성공한다. 대형 배급사가 내놓는 영화에 비해 턱없이 적은 관을 확보하고 제대로 된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한 영화 중에서도 오로지 입소문만으로도 의미 있는 흥행을 이뤄내 경우도 허다하다. 비수기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에 대한 높은 기대감 덕분에 개봉 첫날 76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2주 차에도 500여 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는 '날씨의 아이'의 우는 소리가 더욱 공감을 사지 못하는 이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물론 '날씨의 아이'가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날씨의 아이'가 정말 훌륭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 다른 영화를 포기하면서까지 보고 싶은 대체불가능한 영화였다면 관객들은 영화를 택핼을 거다. 안타깝게도 '날씨의 아이'는 수입 배급사 및 홍보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당연히 흥행이 되었어야 할 만큼' 훌륭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실관람객들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아름다운 작화에 호평을 감추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너의 이름은.'의 단점만 모아내 부각시킨 작품"이라는 아쉬움 평가 또한 넘쳐난다.

불매 분위기로 홍보 마케팅이 쉽지 않았다는 홍보사의 우는 소리도 공감이 되지 않은 이유는 이들의 홍보 방향이 애초부터 틀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은 장르의 특성상 어린 관객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날씨의 아이'는 어린 관객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10대 소년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영화 속 몇몇 설정은 어른들이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불쾌하다.
초반부터 어른 남성에게 성매매를 하려고 시도하는 듯한 10대 소녀들의 모습이 나오는가 하면 주인공 10대 소년은 끊임없이 여자 가슴에 집착한다. 영화의 후반부 고작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 아이 한명과 여자 아이 두 명이 나누는 대화와 행동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아이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가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관람을 포기하고 중간에 나왔다는 학부모 관객들의 관람 후기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날씨의 아이' 홍보사 측은 이에 대해 정확히 홍보하지 않았다. '날씨의 아이'를 무조건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홍보하는데 급급했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다. 예술 작품의 가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오로지 사회 분위기에만 휩쓸려 영화를 선택하지도 않는다. 관객들은 관객들의 기준에서 훌륭하고 좋은 작품이라면 어떤 시류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김지운 감독의 '인랑' 흥행 실패가 보여주는 것처럼 스타 감독이 만든 영화라도 신작의 완성도가 미흡하다면 선택하지 않으며 개봉 전 미스캐스팅 논란에 휩싸였던 '알라딘'의 반전의 흥행 성공이 보여주 듯 좋은 영화는 개봉 후 수 주가 지난 뒤에도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재촉한다. '날씨의 아이'는 영화의 저조한 흥행을 관객 탓으로만 돌릴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때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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