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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배우로서 제 2의 삶을 살게 해준 곳이에요. 연기의 소중함을 새롭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부장들'(김병재 작, 이우천 연출)에서 낯익은 배우 한 명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25년차 베테랑 배우 김홍표다.
"잘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되어서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선후배들과의 호흡이 잘 맞아 즐겁게 하고 있어요."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5년 SBS 공채탤런트 5기로 데뷔한 김홍표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배우다. 데뷔하자 마자 드라마 '도시남녀', '남자대탐험' '임꺽정' 등에 출연하며 호감가는 연기로 단번에 대중의 시선을 모았다.
"너무 어렸을 때 인기라는 게 생겼죠. 그때는 제가 잘 나서 그런 줄 알았어요. 세상이 하고 싶은대로 다 될 줄 알았죠."
2004년 '불멸의 이순신'에 출연할 무렵까지만 해도 그의 전성기는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위기가 찾아왔다. 슬럼프에 빠지면서 드라마 출연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정신적으로 지쳐가면서 배우생활에 대해 회의가 들었고, 생활도 어려워졌다.
2009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지방에 내려가 닥치는대로 일을 하게 되었다. 간판 작업, 조경, 목재, 대리운전, 택배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이런 모습을 씁쓸한 마음으로 지켜본 친구 하나가 "내가 도와줄테니 더 나이들기 전에 다시 배우를 해라"라고 그를 일갈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가 2014년이었다.
이런 그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준 곳은 대학로 연극무대였다. '어떻게든 배우로서 버텨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무대연기에 도전했다. 2015년부터 연극 '죽은 뒤 버킷리스트', '초능력 패밀리', '일루전', 뮤지컬 '언틸 더 데이', '서울 서울' 등에 쉬지 않고 출연하며 제 2의 연기인생 커리어를 쌓았다.
"어릴 때는 그냥 주어진 역할을 하기에 바빠 연기의 즐거움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저 혼자만 잘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무대에 서면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알게 됐습니다. 살아있는 연기를 깨닫게 됐어요."
배우로서 꾸준히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김홍표. 실력파 배우 한윤춘, 손성호, 박정민과 함께 출연하는 '부장들'은 29일까지 공연한다. 김홍표는 내년 1월 웹드라마 '조심해'에 출연할 예정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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