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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방송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예능은 물론 시사교양에서도 북한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곤 KBS1 '남북의 창', MBC '통일전망대'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완전히 '해금'된 것처럼 보인다. 북한 관련 예능은 각 종편 채널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지 오래고 드라마에까지 북한을 주무대로한 작품이 등장했다.
'이만갑'의 대항마로 등장한 TV CHOSUN '모란봉클럽'은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오현경과 김범수의 진행으로 '이만갑'과 비슷한 형식의 토크쇼인 '모란봉클럽'은 최근 'JSA 귀순'으로 주목받았던 북한군 병사 출신 오청성 씨가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며 하차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역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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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리정혁(현빈)은 그동안 작품들에서 악역으로 주로 등장하던 북한군 장교다. 하지만 리정혁은 말투만 북한 사투리일 뿐 여느 '로코 남주'와 다르지 않은 캐릭터다. 조연 캐릭터나 생활상황 역시 경제수준이 떨어질 뿐 여느 남한의 일반인과 다르지 않게 묘사하고 있다.
예전 주로 악역과 베일에 가려진 통제사회로 그려지던 북한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박지은 작가가 기획 초기 '북한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내놓는다'고 전할 당시만 해도 예전 드라마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방송이 되면 될수록 파격적인 북한 묘사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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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2049 남녀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도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북한을 말이 통하는 다른 나라로 보는 시각이 젊은 층들 사이에 많아지면서 북한 관련 묘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들에게 불안한 남북관계는 관심사가 아니다. 오로지 스토리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북한 관련 내용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충무로에서는 '공동구역 JSA'로 시작해 '강철비' '공조' '공작'에 최근 '백두산'까지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안방에서는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 관련 드라마의 시금석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청률도 지난 19일 14.6%(닐슨 코리아 집계·전국 기준)를 기록할만큼 인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베일에 쌓여있는 미지의 공간처럼 여겨지는 북한이 제작진들 사이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매력적인 소재로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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