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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日뒤흔든 심은경X'기생충'…韓영화, 일본 한류의 중심이 되다

기사입력 2020-03-24 09:5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드라마와 K-POP을 지나, 일본의 한류의 중심에는 영화가 있다.

배우 심은경은 지난 22일 제34회 일본 다카사키영화제에서 영화 '블루 아워'(히코다 유코 감독)로 함께 주연을 맡은 카호와 함께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하는 쾌거를 안았다. 다카사키영화제는 일본의 지역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신뢰도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화제로 작품성에 초점을 두고 수상작을 선정하는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심은경의 수상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심은경은 앞서 주연 영화 '신문기자'(후지이 미치히토 감독)로 일본 최대 규모의 영화상인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한국 배우 최초이자 최연소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공기인형'(2009,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배두나가 33회 영화제에서 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게 지금까지 한국 배우가 일본 아카데미에서 받았던 최고 성적이었다. 심은경은 10년 만에 최우수 트로피를 거머쥐며 일본 영화상의 새 역사를 쓰게 된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심은경은 '신문기자'로 제74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여우주연상, 타마 영화제 최우수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일본 영화계를 뒤흔들고 있다.
영화 '신문기자', '블루아워' 스틸
심은경을 향한 일본 영화인들의 뜨거운 반응은 단순히 평단의 호평으로 그치지 않는다. 심은경은 일본 영화 전문 웹사이트 에이가닷컴에서 설문 조사한 '배우·감독 인기 랭킹'에서 1위에 오르며 인기를 증명했고 심은경이 출연작들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심은경의 일본 아카데미 수상 당시 일본의 최대 규모의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에는 '그녀의 필사적인 연기가 마음에 남아있다'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분위기와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는 극찬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심은경이 배우로서 일본 내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면 일본 극장에서는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훨훨 날았다. '기생충'은 개봉 직후는 물론, 오스카 수상 이후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자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영화가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건 2005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이재한 감독) 이후 15년만의 일. 일본에서 벌어들인 수익 역시 '내 머리 속이 지우개' 30억엔(약 327억원)을 넘고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됐다.

'기생충'을 향한 일본 영화인들의 극찬 역시 쏟아진 바 있다.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직도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는 건 촌스러운 짓이다. 무조건 '봐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아사코'(2018)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는 "걸작이라는 말도 부족한, 현대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이라고 말했고, '유레루(2006)'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전 세계에서 찬사를 보내는 건 당연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AP연합뉴스
한국 배우와 한국 영화의 눈부신 활약에 침체기에 빠진 일본 영화계는 긴장하며 자체 쇄신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일본은 한 때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을 받는 '라쇼몽'(1951)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시작으로 걸출한 감독과 작품을 연이어 배출하며 동아시아 영화계를 이끌었다. 하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일명 제작위원회의 폐쇄적인 시스템과 정부의 압박 등으로 훌륭한 오리지널 각본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정도를 제외하고는 일본에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유치한 방식으로 리메이크하는 작품만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본 영화계 내에서는 '기생충'이나 심은경 같은 배우를 낳은 한국 영화계를 예를 들며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 '바쿠만'(2015), 애니메이션 '늑대아이'(2012) '너의 이름은'(2016) 등을 연출한 프로듀서 키와무라 겐키는 "위를 올려다보니 '거구의 천재'(봉준호)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들(일본 영화계)은 이제부터 위를 향해 기어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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