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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꾸역꾸역 버틴 과거로 만든 현재"…조우진, 믿고 보는 피땀눈물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10-29 13:1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계속된 악역 연기에 정체성의 혼란성이 오기도 했어요. 과거 스스로 채찍질을 하면서 연기했는데 그때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시간이 지금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범죄 오락 영화 '도굴'(박정배 감독, 싸이런픽쳐스 제작)에서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인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를 연기한 조우진. 그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도굴'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도굴'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묻힌 조선 최고의 보물을 찾아 나서는 신선한 스토리와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도굴이라는 특별한 소재가 만난 작품이다.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다양한 로케이션과 다채로운 유물을 보는 맛을 더한 '도굴'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범죄 오락 영화로 유쾌함과 통쾌함으로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무엇보다 '도굴'은 영화 '내부자들'(15, 우민호 감독)을 시작으로 '국가부도의 날'(18, 최국희 감독) '봉오동 전투'(19, 원신연 감독), tvN 드라마 '도깨비' 등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매 작품 인생작을 경신하고 있는 조우진이 '보안관'(17, 김형주 감독) '부라더'(17, 장유정 감독) 이후 3년 만에 코미디 연기로 컴백해 기대를 모았다. '도굴'에서 자유와 낭만이 가득한 고분 전문 도굴꾼 존스 박사로 변신한 조우진. 특유의 유들유들함은 물론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와 차진 티키타카까지 완벽히 소화한 그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의 품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강렬함을 벗고 사랑스러운 아재미(美)를 장착한 캐릭터로 관객을 찾은 조우진은 "나는 코미디를 많이 안 해본 배우다. 류승룡 선배 같은 코미디를 잘하는 배우도 있지 않나. 나는 익숙하지 않지만 진정성 있는, 호감도 있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흔히 영화 보고 나면 캐릭터 흉내 내는 사촌들, 삼촌들 모습이 있지 않나? 그런 아재미, 잔망미(美)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차용했다. 내 캐릭터가 안쓰러움이 담겨졌으면 좋겠다는 박정배 감독의 디렉션을 참고해 좀 더 보기 편한 코미디를 하려고 노력했다. 큰 웃음을 못 드려도 이따금 피식피식 웃게 하는 미소 한 스푼 주고 싶어 노력했다. 상황에서 오는 코미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결국엔 코미디 연기도 진정성밖에 없더라.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는 지점도 있더라. '도깨비'도 그랬다. 더 좋은 반응이 있었다. 물론 앞으로도 코미디 연기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개발 해야겠다"고 소신을 전했다.

오랜만에 선역을 소화하면서 편안함을 느꼈다는 조우진은 "혈압이 덜 오르는 부분이 있다. 악역을 연기할 때는 긴장감을 스스로 팽팽하게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코미디는 남들이 봤을 때 편한 캐릭터를 맡게 되니까 몸과 마음이 좀 더 편해지긴 하더라. 내가 편해야 보는 사람들도 편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악역보다 쉬웠다는 게 아니라 수고로움은 분명 어느 캐릭터나 마찬가지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 나는 예전에 너무 진지하다고 주변에서 욕을 많이 먹었다. 선배들이나 형님들이 편하게 술 한잔 먹자고 하고 싶어도 그걸 잘 못 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후배, 동생인데도 어렵다는 표현을 많이 듣고 있는데 지금도 물론 그 표현을 많이 듣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유연해지고 있는 것 같다. 연기하는 게 고맙기도 한 부분이 나를 성숙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유연하고 편안한 사람으로도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나이 이야기를 하기 좀 민망하지만 40세가 넘어가면서 주변을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또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은 스스로 변화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고민과 실천은 계속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매 작품 선악을 넘나드는 연기를 도전하는 것에 "한 작품, 한 인물에 집중하는 것도 힘든데 다양한 색깔을 교차적으로 동시에 표현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내부자들' 때도 여러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맡게 됐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완전 다른 캐릭터를 3~4편 동시에 하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무슨 캐릭터를 연기하는지 정체성에 혼란성이 오기도 했다. 스스로 채찍질을 하면서 연기하기도 했는데 그때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시간이 지금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여전히 내 연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앞으로 캐릭터에 대한 농도, 밀도를 짙게 또 재미있는 연기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울음을 자아내는 캐릭터는 더 슬프게, 긴장감을 일으키는 캐릭터는 더 긴장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런 힘과 격려를 받아 더 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에 물론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다만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 안 될 것 같다. 그걸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는, 연기를 연구 개발하는 채찍질이 될 수 있는 원천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부담감과 긴장감이 없으면 도전 의식도 없어질 것 같다. 늘 안고 가야 하는 숙제다. 더불어 지적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 기대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부했다.


조우진은 출세작인 '내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내부자들'의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강박은 없다. 주어진 캐릭터에 따르는 운명인 것 같다. 단지 관객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을 해볼 뿐이다. 피로감을 주는 역할을 너무 많이 해서 앞으로 작품에서 나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또는 능력과 상관없이 나를 보면서 관객이 지겨워하고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 부분이 내 지금 고민 중 가장 크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난 27일 '서복'(이용주 감독) 제작보고회를 했는데 그때만 봐도 분명 양복을 벗었다고 했더니 다시 한 달 만에 양복을 입게 됐다. "양복 입고 나와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관객이 볼 때 피로감을 느끼면 안 되겠다 싶다. 그런 생각을 최근에 많이 갖게 됐는데 마침 '도굴'의 존스 박사가 내게 주어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반갑게 맞이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내부자들'에 대한 강박 또한 없다. 어떻게 다른 변주를 하고 확장할지 그런 연구를 하는 게 나의 의무다"고 소신을 전했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이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등이 출연하고 박정배 감독의 첫 상업 영화 연출작이다. 오는 11월 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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