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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신의 경험담이 담긴 '내가 죽던 날'에 "현수가 잠을 못 잔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 현수의 심리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내 상황이 맞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실제 내 감정을 담은 대사를 한 번 써봤고 그게 영화에 반영이 됐다"며 "그 신 찍을 때 민정 역할을 한 김선영이 정말 좋았다. 물론 배우로 만나 캐릭터로 연기를 하는데 연기와 진실 사이의 경계가 있는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아시다시피 개인사가 있었던 것은 지난해였지만 그 일(모친의 빚투)을 처음 안 것은 2012년이었다. 그 당시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일을 할 정신은 아니었다. 너무 놀랐고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정말 몰랐다. 우리 친언니도 내게 '진짜 몰랐느냐?'라고 하는데 정말 (모친의 빚투에 대해) 몰랐다. 그런 혼란스러운 부분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그 시기에 첫째는 일을 할 상태도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 '한공주'(14, 이수진 감독)에서도 한공주(천우희)의 대사가 있지 않나. '나는 정말 잘못한 게 없는데'라는. 우리 영화 속 세진이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을 때 그 마음이 공존했던 것 같다. 그때는 나는 일을 할 수 없고 정리할 것은 정리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시기 현수의 곁에 있는 민정(김선영)이 같은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 '3년간 죽었다고 생각하고 날 믿고 같이 해달라'며 위로해줬다. 사실 소름 끼치게 싫었던 일이었는데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 내 일을 더럽히지 않고 마감하리라' 생각을 고쳤다. 그 이후 만난 작품이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이었다. 일을 하는 동안은 잊을 수 있더라. 일을 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연예인이 돼 가정을 파탄 낸 것 같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나도 현수처럼 친구가 있었고 무언의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일이 돌파구가 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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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김혜수는 데뷔 34년 차임에도 여전히 연기 고민이 많다며 "그동안 '극 중 인물보다 김혜수가 먼저 보인다'라는 평이 더러 있었다. 그런 지점이 숙제였다.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배제하려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죽던 날'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웠다. 나의 어두운 면, 상처, 고통을 감추고 시작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너무 자연스럽게 심도 있게 했던 것 같다"며 "어릴 때 그런 부담감이 컸다. 또래 나이에 비해 많이 미숙했다.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점에 늘 콤플렉스였다. 워낙 어릴 때 데뷔를 하다 보니 무언가 나이에 맞게 제대로 갖춰져야 할 것들이 많이 비어 있었다. 어른들을 향한 동경의 시선이 있었어 어른을 흉내 내기 바빴다. 그런 부분을 보는 이들은 불편함이 있었고 전문가들이 지적을 많이 했다. 지나고 보면 배우로서 활용할 수 있는 소스가 너무 단조로웠고 배우를 하기엔 갖춰져 있지 않았더라"고 답했다.
그는 "한때 '여기까지 하고 은퇴하자' 마음먹을 때도 있었다. 가진 것에 비해 잘해온 것 같다. '이러다 죽겠다' 싶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연기를 계속하는 것은 원동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늘 반성하기 때문인 것 같다. 2017년 겨울에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는데 그때 '밀양'을 TV에서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다 같이 본 '밀양'(07, 이창동 감독)은 정말 위대했다. 물론 10년 전에도 '밀양'을 봤지만 10년 뒤에 본 '밀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거기에 나온 배우들이 정말 위대해 보였다. 그전에는 괴로웠다. 늘 '나는 왜 항상 2%가 부족할까?' 싶었다. 그런 고민이 많았을 때 '밀양'을 보고 심플하게 마음이 싹 정리가 됐다. '수고했다. 그냥 나한테 의미를 부여하자'라며 마음을 정리했다. 저렇게 훌륭한 배우가 있다는 게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좋았다. '나는 여기까지' 이런 마음을 가졌다. 조용히 작품을 거절하면 은퇴니까 그렇게 정리하려고 했다. 그랬는데 몇 개월 뒤 소속사 대표가 '국가부도의 날'(18, 최국희 감독)을 가지고 왔다. 피가 거꾸로 솟더라. 너무 치사하게 몇 개월 사이에 이 작품까지만 하고 그만둬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또 '내가 죽던 날'이라는 작품을 만났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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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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