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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권수현(35)은 '현실 사혜준'이었다.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하명희 극본, 안길호 연출)은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성장 기록을 담은 드라마. 권수현은 극중 사혜준(박보검)과 원해효(변우석)의 평생을 함께한 친구 김진우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응원과 공감을 동시에 받았다. 매사 긍정적인 마인드와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평범함'으로 등장인물들의 중심을 잡아줬던 진우였고 그 덕분에 극도 편안해졌다. 그런 진우를 연기한 권수현은 '현실 사혜준'으로 그간의 길을 걸어온 인물. 2012년 데뷔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따지지 않고 열연해온 덕분일까. '청춘기록'의 진우를 만나며 드디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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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의 해석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하명희 작가도 권수현의 연기를 보며 "잘해줘서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고. 그는 "추석 때 갑자기 문자를 주셔서 '수현 씨 예쁘게 잘 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진우가 된 거 같아서 잘했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했다. 감독님은 계속 현장에서 만나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작가님은 리딩 때 뵙고 끝까지 못 만나니 얘기를 못 나눴었는데 문자를 주시더라. 작가님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는지 제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제 의도로 작가님께 잘 전달이 된 거 같았다. 또 결과물이 나왔을 때 제가 걱정한 것보다 아쉬운 부분들이 덜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작가님이 예쁘게 봐주신 거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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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기록' 속 3인방인 사혜준과 원해효, 그리고 김진우가 '진짜 친구'처럼 보였던 것도 과몰입의 원인이 됐다. 극중 스물 여섯부터 서른까지, 동갑인 설정으로 나오는 세 사람이지만 실제 권수현과 박보검의 나이 차이는 여덟 살. 열 살에 가까운 나이차가 티나지 않은 데에는 권수현의 노력이 있었다고. 그는 "친구로 나오는 셋이 처음 만나는 사이라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밥을 많이 먹었다. 저희가 셋 다 낯을 가려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친해진 게 다행이었다"며 "보검이랑 동갑으로 나오다니, 이건 제가 성공한 거다. 작품할 때 멋있고 예쁘게 나오는 것도 좋지만 촬영 전까지 운동도 하고 살도 빼고 준비도 하고 비디오적으로도 준비를 많이 했다. 사실 다른 작품을 할 때에는 얼굴보다는 연기에 더 신경쓰는 편이었는데 이번 '청춘기록'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촬영을 하면서도 관리하고, 살을 더 찌지 ?方 하려고 빼기도 했다. 워낙 친구로 보검이가 나오기도 해서 술도 자제하고 먹는 것도 조절하면서 촬영했다. 물론, 박보검과 동갑 설정이란 부담감도 있었다. '감독님이 모험을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저한테 '넌 보검이랑 친구로 나올 거야'라고 하셨는데 너무 던진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제는 세 사람 모두 '찐친(진짜 친구)'이 된 느낌. 권수현은 "보검이한테 면회 가겠다고 약속을 해놨으니 가봐야 할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권수현은 극중 사혜준의 연기 열정과 성장에 크게 공감했다고. 그는 "단역부터 시작해 인지도가 없어서 잘리고 이런 경우가 공감이 됐다. 대체 그 인지도는 누가 만들어주는지. 마치 '경력직 신입'을 쓰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냐. 저도 그런 것 때문에 제가 받았던 상처나 좌절감이 많았고, 그걸 진짜 한 계단씩 밟으며 올라왔기 때문에 공감이 됐다. 물론 지금도 가고자 하는 길이 멀었고, 목표는 저 멀리 있지만, 혜준이가 조금씩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감정이입돼 공감하게 되더라. 완전히 시청자의 입장에서 혜준이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혜준이가 아프고 힘들어할 때마다 내 일 같았고, 혜준이가 상을 받을 때는 뭉클했다. 혜준이도 그를 응원하는 진우도 단 한 순간도 예쁘지 않았던 순간이 없던 친구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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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권수현의 앞날이 더 기대된다. 배우로서 스물 다섯, 조금씩 무르익어가는 그의 행보가 앞날을 더 바라보게 만드는 것.
"신인 때와 비교해 제가 많이 성숙해졌다. 신인 때에는 빨리 잘되고 싶고, 더 큰 역할 하고 싶고 그랬는데, 사실 그때는 연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고 겉멋이 들었던 거 같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연기 공부해야지'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작품을 거듭할수록 감독님들이나 선배님들께 배우다 보니 그분들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내가 너무 어리게 생각했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역할이 커지며 책임감도 갖게 됐고, 신인 때 철없던 시절이 부끄럽고 차분해지는 거 같다.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고 싶고, 좋은 연기로 공감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저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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