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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정은(47)이 '나의 위험한 아내'로 완벽한 복귀전을 치렀다.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파리의 연인'(2004), '루루공주'(2005), '연인'(2006), '울랄라 부부'(2012) 등 수많은 인생작을 남기며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지난 2017년 방송됐던 '듀얼' 이후 홍콩에서 거주했던 김정은은 최근 종영한 MBN '나의 위험한 아내'(황다은 극본, 이형민 김영환 연출)의 심재경으로 분해 오랜만에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섰다.
김정은은 서면을 통해 '나의 위험한 아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왔던 김정은은 '나의 위험한 아내'를 마치며 "5월 중순 촬영을 시작해 여름을 지나 초겨울까지 7개월이란 시간을 심재경이란 인물로 살아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면 작품이 끝난 뒤 찾아온 허무감, 혼자만 느끼는 외로움, 배우로서 느끼는 우울감은 있다. 물론 안 그런 척 잘 지내고 있다"는 소회를 털어놨다.
'듀얼' 이후 약 3년 만의 복귀작이다 보니 긴장도 많이 됐다고. 김정은은 "다행히 감독님과 작가님, 같이 했던 배우들과 편집실까지 내게 다양한 도움으로 캐릭터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해줬다. 나중에는 내가 언제 쉬었나 할 정도로 신나서 연기했던 거 같다. 장마와 코로나19 등 여러 악조건을 견디며 촬영을 해서 그런지, 앞만 보고 달렸던 거 같다. 잘 견뎌준 스태프들과 배우들께도 고마운 마음 뿐이다"는 마음을 전했다.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에 끌린 결정적 이유는 입체적 캐릭터였다. 김정은은 "심재경이 결국 모든 사건을 주도면밀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이런 여성 캐릭터를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다"고 했다.
겉으로는 약해 보이고 평범해 보이던 현모양처 캐릭터지만, 실제로는 반전이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김정은은 "반전과 희열이 큰 쾌감을 주기도 했다. 처음엔 납치 자작극으로, 나중엔 50억을 놓고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현실을 약간 비껴간 판타지로서 반전과 복수들이 좋았고, 늘 약자로만 그려지는, 같은 아내의 입장에서 통쾌하게 느껴졌었다. 현실에서 우리 아내들이 얼마나 가정과 남편, 아이를 위해 희생하며 사는가. 하지만 그 희생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현실에 심재경 같은 인물이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인물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남편들! 평범한 주부를 얕보지 마라!'고 하는 거 같은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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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경은 극중 필라테스를 하는 척 주짓수를 연마하며 남편에 대한 복수를 키웠던 인물. 액션 신도 등장했기에 유독 체력 소모가 심한 작품이기도 했다. 김정은은 "요가는 미리 해왔지만 이번 드라마 덕분에 몇 개월 전부터 특별레슨을 받았고, 이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며 주짓수에 대해서도 "국가대표 선수분께 직접 배웠는데 평소 주짓수를 할 때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 놀랐다. 얼굴도 잘생기고 순해보였는데 대련을 할 때에는 살쾡이 같은 느낌이 들더라. 눈이 매섭고 몸이 단단해서 살짝 스치기만 하더라도 몸이 부서지는 느낌이었고,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그래서 '살살 해달라'고 했던 기억만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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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덕분일까. 김정은은 '나의 위험한 아내'를 통해 '새 얼굴을 발견했다'는 호평도 받았다. 김정은은 '다들 너무 잘 어울려다고 해주시고, '너 실제로 그런 면이 좀 있지?'라는 의심도 받았다. 특별한 노력을 한 것은 없지만, 다들 걱정들을 많이 했었다. 어쨌든 여주인공인데, 너무 미친 여자 혹은 나쁜 여자처럼 보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초반에 납치극을 연기하고 남편과 경찰을 속이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납치극을 도와준 후배에게 죽으라고 하질 않나. 각종 만행을 저지르는 여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4부에 독이 든 와인으로 남편을 협박하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이마에 피가 흐르는 채로 와인을 마시며 신나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혹시 진짜 와인 마신 거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 신을 찍고 다음 날 걱정하며 편집실에 달려갔는데, MBC 기수 시절부터 뵀던 편집 기사님이 큰 도움을 주셨다. 저에게 '오히려 여자 입장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복수하는 통쾌한 기분이 드니 걱정하지 말고 신에 충실하게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을 해주셨다. 감독님들도 모니터 후 매력이 있다고 응원해주신 이후에는 정말 신나서 했다. 피도 얼굴에 더 많이 발라달라 하고, 심혜진 선배 앞에서 더 깐죽거리고, 더 사이코처럼 보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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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복귀한 김정은은 올해로 연기 25년차를 맞이한 상황. 그는 지난 25년을 돌아보며 "나에게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책에 자서전을 기록하듯 선명히 펼쳐지는 거창한 스토리는 아지겠지만, 뒤돌아보면 내가 여배우로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특별했고 감사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자취가 얼굴과 몸, 태도에 그대로 남는다고 믿는다. 데뷔한 게 엊그제 같은데, 25년 후 인터뷰를 하다가 너무나 행복하게도 이런 질문을 받고, 이런 행복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잠깐 멈춰 대답을 생각해보는 이 몇 분 자체가 내 지난 25년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25년을 위해 기도하며 잘 살고 싶고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SKY캐슬'과 '미스티', '부부의 세계' 등으로 여성 배우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는 상황에서 '나의 위험한 아내' 역시 중년 배우들의 '꿈'과 같은 작품이 됐다. 김정은 역시 이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상황. 김정은은 "(김)희애 언니 같이 묵직하게 앞에서 멋지게 견뎌주는 선배가 정말 위로와 힘을 주는 것 같다. 나도 내 자리에서 잘 견뎌내는 걸 보고 위로와 힘을 얻는 후배들이 있다면, 그 또한 너무 영광이 행복한 일이 아닐까"라며 "후배들이 가지면 좋겠는 방향성은, 힘들고 어려운데다가, 어딘가로 더 나아가려고 본인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자리에서 잘 견디어내고 있는 것만으로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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