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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때 방송가에서는 다섯글자 제목의 드라마가 뜬다는 속설이 퍼진 적이 있었다. 2009년 SBS '아내의 유?'이 대박을 터뜨렸고 MBC '에덴의 동쪽', KBS2 '꽃보다 남자', MBC '내조의 여왕' 등이 연이어 히트를 친 이후다. 이로 인해 드라마 제작사에서는 너도 나도 '○○의 ○○'류의 다섯글자 제목을 지으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하지만 다섯글자 제목의 드라마들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같은 유행은 곧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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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 문장으로된 제목은 최근 트렌드에 가깝다. 조여정 주연의 KBS2 수목극은 '바람피면 죽는다'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JTBC가 준비중인 새해 첫 단막극 제목은 마치 네비게이션을 떠올리게하는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다.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라는 웹툰도 드라마로 제작돼 방송 편성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긴 제목은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다. 무려 17자에 달하는 이 제목의 드라마는 서인국이 주연을 맡아 내년 tvN에서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되는 존재 '멸망'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계약을 한 인간 '동경'의 100일 한정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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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어려운 의미로 궁금증을 자극하는 제목도 많다. JTBC 월화드라마 '허쉬'는 언론인이기 전 생계 앞에 작아질 수밖에 없는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그린 드라마다. 제목 '허쉬'의 사전적 의미는 '조용히 하라'는 '쉬!'라는 뜻, 또 '울지마'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진실 앞에서 생계를 위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언론인의 삶과 기자들의 눈물을 위로하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최근에는 궁금증을 자극하는 제목들이 미스터리 스릴러나 판타지 장르의 제목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주로 이탈리아어는 그리스신화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
22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는 유괴된 어린 딸을 되찾아야 하는 미래의 남자 서진과 잃어버린 엄마를 구해야 하는 과거의 여자 애리가 시간을 가로지르는 타임 크로싱 스릴러물이다. '카이로스'는 기회 또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기회의 신을 뜻하기도 한다.
내년 방송 예정인 tvN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이나 '빈센조' 역시 이탈리아어로 쉽게 의미를 가늠하기 어렵다. JTBC에서 방송예정인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에서 '시지프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못된 짓을 많이 해 그 형벌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올려가야만 했는데, 산꼭대기에 이르면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곤 고역을 되풀이하는 사람이다. 한소희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신작 '네메시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여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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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특이한 제목을 다는 작가도 있다. 임성한 작가는 '인어아가씨' '왕꽃선녀님' '아현동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공주' '압구정 백야' 등 독특한 제목으로 자신의 작품을 어필해왔다. 1월 방송하는 TV CHOSUN 드라마 역시 제목은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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