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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JTBC '런 온'이 무해한 사이다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당연하다 여겨왔을 법한 상황에 넌지시 질문을 던지며, 일상생활에서 의식 없이 흘려보냈을 표현과 행동들을 되짚어 보게 만들기도 한다. 칭찬으로 건네는 "엄마 닮아 예쁘네"라는 말의 바탕에는 외모지상주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곳곳에 클리셰를 응용한 대사로 균형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후계자 서열에서 밀려났던 서단아(최수영)가 "최고 경영자 되고 싶지. 근데 내가 하면 비정상이고 네가 하면 정상이래. 너랑 나랑 타고난 거 딱 하나 다른 거 성별인데"라고 짚거나, 혼맥을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제가 아는 게 많은 덕에 불편한 것도 참 많네요"라던 일침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감성'을 선사하며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인물에 대해 세심하게 접근해 풀어내는 이야기들 역시 흥미롭게 다가오는 대목. 편견 어린 시선과 동정의 굴레를 씌우는 '고아' 대신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언어를 사용했고, 홀로 자라왔던 과정을 구태여 보여주기보다는 그로 인해 깨닫고 성장하게 된 과정을 담았다. 이에 "잘 컸어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단단한 사람이 된 현재의 미주를 보여주며, 섣부른 동정을 사전에 방지했다. '가족'이라는 범주를 확장시켜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음을 보여준 동시에, 가족 바깥의 사람도 포함하는 이야기에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시청자들이 작품의 따스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렇듯 '런 온'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의 언어들을 과장하여 보여주지 않는 대신, 이미 인물들의 생활에 일상적으로 녹아든 모습으로 그 변화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얘기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레 녹여내며 저마다의 다른 속도로 사회를 바라보고 나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작품에 함께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s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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