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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포텐이 터졌다"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연기 꽃이 만개한 배우 변요한(35). 그가 인생작, 그리고 인생 캐릭터 '자산어보'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믿음, 애정을 고백했다.
사극 영화 '자산어보'(이준익 감독, 씨네월드 제작)에서 물고기 잡는 것보다 글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청년 어부 창대를 연기한 변요한. 그가 23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자산어보'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특히 '자산어보'는 일찍부터 독립 영화계 스타로 주목받은 '대세' 변요한의 파격 변신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4년 방송된 tvN 드라마 '미생'(정윤정 극본, 김원석 연출)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후 영화 '소셜포비아'(15, 홍석재 감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16, 홍지영 감독) '하루'(17, 조선호 감독), 그리고 2018년 방송된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김은숙 극본, 이응복 연출)까지 스크린과 안방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변요한은 '하루' 이후 '자산어보'로 4년 만의 스크린 컴백해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자산어보'에서 어부 창대로 변신한 변요한은 전라도 사투리를 비롯해 생선 손질, 바다 수영까지 소화하며 흑산도 섬 청년으로 변신,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흑산도로 유배 온 정약전(설경구)이 사학죄인인 것을 알고 초반 적대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물고기 지식을 알려주면 글공부를 도와주겠다는 정약전의 제안에 마음을 열고 그를 스승으로 받아들이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캐릭터를 표현해 보는 이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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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토요근무'(11, 구은지 감독)로 데뷔 이후 올해 10년 차에 접어든 변요한. 그는 '자산어보'로 연기 인생 첫 흑백 영화에 도전한 것에 "흑백 영화를 찍는 것은 배우로서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감사함이 느껴졌다. 무엇이 더 옳게, 바르게 담길 것인지 고민했다. 흑백 영화는 사실 배우에게 섹시함을 보여줄 수 없고 형태로만 연기해야만 했다. 또 흑백의 모습이 어떨까 궁금증도 컸다. 흑백 영화 톤에 맞게 연기하는 사람으로 여러 감정이 잘 실리려 연구가 필요했다"며 "그중 가장 큰 것은 진실됨이 필요했다. 색채감이 없고 배우의 목소리만으로 전달해야 하지 않나? 조금은 서툴더라도 진실되게 연기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지금 시대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사투리 연기도 해야 했고 생물 손질도 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은 어려운 과정이 아니었다. 주변에 든든한 선배들이 있어서 어렵지 않고 즐겁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자산어보'의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운명적이었다는 변요한은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이 작품을 하면서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창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막상 연기하려니 조금은 막막하더라. 내가 연기로 표현을 할 수 있겠지만 그 표현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금 시기에 나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 주변 모두의 청춘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올바른 시선으로 시나리오를 보고 있나 의문이 들어 다시 보기도 했다. 그 시대에 창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학문에 대한 갈증을 느낄지 고민했다. 무엇보다 너무 계산적으로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흘러가는 대로 잘 묻어나고 싶었다. 얼마나 창대가 학문에 갈증을 느끼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창대와 같은 갈증을 느끼는 대목이 있어서 창대의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창대는 나와 비슷하다. 많은 젊은이가 가진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잘하고 싶었다"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 않나? 물론 내 연기가 한 번에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안 좋은 연기 습관이 마법처럼 고쳐졌다. 나라는 사람의 삶이 많이 달라졌다. 내가 고민하고 느끼려는 지점이 변했다. 연기는 늘 목마르다. 연기라는 두 글자이지만 그 연기 안에서 누군가의 삶이 되고 아픔부터 행복까지 여러 감정을 담아야 한다. 누군가는 쉬엄쉬엄하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내겐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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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로 첫 호흡을 맞춘 이준익 감독, 선배 설경구에 대한 무한 애정도 빠지지 않았다. 변요한은 "이준익 감독, 설경구 선배와 작업을 늘 동경하고 있었는데 '자산어보'는 두 분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흥분됐고 설레였다 특히 설경구 선배는 공과 사가 명확한 분이었다. 설경구 선배에 대한 가슴속 깊이 새겨진 마음은 서툴러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후배들을 너무 잘 챙겨준다. 선택할 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상의 지혜를 주는 분인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설경구 선배는 아침에 줄넘기를 1000개를 하고 촬영에 온다. 비가와도 하더라. 후배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 역시 아침마다 바다를 뛰어다녔다. 그런 작은 패턴이 멋있었다. 사실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배우가 현장에 오기까지 마음가짐이 정말 많이 보였다. 심지어 설경구 선배는 현장에 와서 대본도 안 본다. 이미 다 외우고 왔다. 그런 준비된 배우의 자세, 그 안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에너지. 그리고 또 후배를 바라보는 눈빛들을 보면 케미스트리가 안 생길 수 없다. 설경구 선배에게 많이 배웠다"고 애정을 쏟아냈다.
또한 "이준익 감독은 상대의 장점을 보려고 하는 분이다. 약점은 눈을 감아주는 분이다. 이준익 감독은 늘 '배우와 친구다'라고 표현했는데 그래서 '자산어보'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준익 감독이 '포텐이 터졌다'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제일 기뻤다. '자산어보'를 하면서 계속 나와 같이 있었지 않나?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으로 나를 봤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말을 해줘서 배우로서 그것만큼 기쁜 칭찬은 없는 것 같다. 너무 감사하고. 사실 이준익 감독이 '자산어보'의 모든 것을 다 한 것이다. 나는 그저 몸으로 움직였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배웠다. 이준익 감독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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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작품을 촬영하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뒤 스스로 잘 버텼다고 셀프 칭찬을 하기도 했다. 우리 영화는 흑백의 미학이 있고 멋진 영화 안에서 멋진 자연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자산어보'를 촬영하면서 오랜만에 하늘을 봤다. 큰 파도가 올 때 나를 덮칠 것 같은 두려움도 느꼈다. 이렇듯 관객에게 '자산어보'는 큰 여운을 줄 거라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자산어보'는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도희 등이 가세했고 '변산' '박열' '동주'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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