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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술도 못하고 내성적"…센 캐릭터에 가려졌던 진짜 이주영('아무도없는곳')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1-03-23 17:1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섬세하고 잔잔한 감성의 결이 돋보이는 김종관 감독의 영화 세계관. 그 속에 들어온 배우 이주영을 만났다.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무도 없는 곳'(김종관 감독, 볼미디어㈜ 제작). 극중 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은 역의 이주영이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콜'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의 충격적인 단편영화 데뷔작 '몸값'(2015)으로 제14회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 제10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대단한 배우상 등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주영. 이후 드라마 '땐뽀걸즈' '라이브', 영화 '조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미쓰백' '독전'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미스터리한 매력을 보여준다.

극중 이주영이 연기하는 주은은 틈틈히 시를 쓰는 것으로 마음을 풀어내는 어느 바의 바텐더. 교통사고로 기억을 통째로 잃은 그녀는 종종 바에 오는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기억을 사 빈 기억을 채워넣는다. 바텐더로 근무하는 마지막 날 창석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술 한잔에 기억을 팔라고 제안한다.
이날 이주영은 영화 '아무도 없는 곳'에 대해 "관객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이고 또 볼 때마다 달라지는 영화인 것 같다. 그래서 저도 완성된 영화를 최대한 여러번 보려고 하고 있다. 내부시사회에서도 보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봤다"고 입을 열었다.

'조제'에 이어 '아무도 없는 곳'까지 김종관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이주영은 김 감독에 대한 열렬한 팬심을 드러냈다. "김종관 감독님 작품을 원래 너무 좋아했다. 제가 예전에 작품을 하나도 하지 않았을 때 감독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인터뷰만 보고서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 감독님과 영화를 하면서 이게 꿈인가 싶었다"며 웃었다.

김종관 감독의 확고한 스토리텔링 스타일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님만의 방식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 그리고 감독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오브제에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가 이번 영화를 보면서 다시 느낀 건, 영화를 보내는 내내 마치 내가 극중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기분이 든다는 거다. 화려한 미쟝센같은 것들이 있진 않지만 이야기 자체에 빠져드는 느낌이더라.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 드는 담백함이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스틸
특히 김종관 감독 그 자체이기도 한 느낌의 이번 작품에 대해 "영화를 찍으면서 '이 이야기가 진짜 감독님 이야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잘 지어낸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진짜 믿는다'라는 대사가 있지 않나. 그래서 잘 모르겠다. 감독님은 취향히 참 확고하시고 주은처럼 시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자신만의 정원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극중 독특한 바텐터 주은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전했다. "제가 지금까지했던 다른 역할들이 캐릭터적으로 많이 센 역할이 많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덜하긴 했다. 그래도 이 영화 속에서는 가장 강렬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김종관 감독님 영화에서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라고 입을 연 이주영은 "주은은 교통사고라는 아픔을 겪은 인물이지 않나. 그래서 그 이전에 제가 했던 캐릭터와는 다르게 현실에 발을 딱 붙이고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주은이 겪은 일(사고)이 정말 비극적인 일이지만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오히려 덜 비극적으로 보이는 인물인 것 같다. 트라우마가 남는다기 보다는 기억을 잃게 된 거니까"고 덧붙였다.

단편영화 '콜'을 시작으로 이어 장편 데뷔작인 '독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까지 세고 강한 캐릭터를 많이 했던 이주영은 한 가지 이미지의 고착화에 대한 걱정이 없냐고 묻자 "배우로서 당연히 걱정이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한가지 이미지가 굳혀질까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다르게 보면 그게 제 장점이니까 아예 놓고 가고 싶진 않다. 물론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고 평범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제가 워낙에 키도 크고 머리도 짧게 자르고 첫 등장을 했다보니까 평범하게 떠올리지는 못하시는 것 같다"고 말을 더했다.
바텐더 역할을 하면서 전문 바텐더에게 직접 술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는 이주영은 "바에서 스푼 젓거나 위스키 따는 법 이런게 다 그냥 하는게 아니더라. 그런 걸 하나하나 다 배웠다. 다도처럼 순서가 다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가 술을 전혀 못한다. 지금은 아예 안먹는다. 원래 집안 자체가 술을 못 먹는다. 대학 때는 물론 조금 마셨다. 그래도 맥주 500ml 를 넘겨본적이 없고 소주도 두잔 이상 먹으면 토하고 난리 난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싫은데 먹어야 하나 싶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술을 안먹는다고 선언을 했다. 그런데 제가 술을 엄청 잘 먹게 생기지 않았나. 술 안먹는다고 하면 놀라신다"며 웃었다.


이어 그밖에 세보이는 겉모습과 강한 캐릭터들로 인해 여러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밝히며 "아무래도 제 외적인 부분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편이다. '독전'으로 센 캐릭터로 장편 데뷔를 했다보니까 술도 많이 마실 것 같다는 오해도 많이 받고 아주 세고 드센 사람일거라는 오해를 받는다. 그런데 진짜 저는 센 사람이 아니다.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되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독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상처를 꿋꿋이 이겨내려고 하는 그중 주은과 자신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저는 주은과 달리 상처를 잘 극복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주은의 덤덤하고 강한 면이 부럽기도 한다. 저는 상처를 받으면 오래 많이 아파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해방이 되면 완전히 잊는 스타일이다"라며 "주은과 비슷한 면이 있다면 저도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계속 써오고 있고 대학 때는 문예창작과를 복수전공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도 두 편을 쓰기도 했다. 지금은 연기를 하면서 조금 해소되는 게 있어서 글을 많이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조제'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폴라이드 작동법' 넷플릭스 '페르소나-밤을 걷다'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 등이 출연한다. 오는 31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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