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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섬세하고 잔잔한 감성의 결이 돋보이는 김종관 감독의 영화 세계관. 그 속에 들어온 배우 이주영을 만났다.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무도 없는 곳'(김종관 감독, 볼미디어㈜ 제작). 극중 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은 역의 이주영이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극중 이주영이 연기하는 주은은 틈틈히 시를 쓰는 것으로 마음을 풀어내는 어느 바의 바텐더. 교통사고로 기억을 통째로 잃은 그녀는 종종 바에 오는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기억을 사 빈 기억을 채워넣는다. 바텐더로 근무하는 마지막 날 창석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술 한잔에 기억을 팔라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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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에 이어 '아무도 없는 곳'까지 김종관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이주영은 김 감독에 대한 열렬한 팬심을 드러냈다. "김종관 감독님 작품을 원래 너무 좋아했다. 제가 예전에 작품을 하나도 하지 않았을 때 감독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인터뷰만 보고서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 감독님과 영화를 하면서 이게 꿈인가 싶었다"며 웃었다.
김종관 감독의 확고한 스토리텔링 스타일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님만의 방식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 그리고 감독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오브제에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가 이번 영화를 보면서 다시 느낀 건, 영화를 보내는 내내 마치 내가 극중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기분이 든다는 거다. 화려한 미쟝센같은 것들이 있진 않지만 이야기 자체에 빠져드는 느낌이더라.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 드는 담백함이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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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독특한 바텐터 주은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전했다. "제가 지금까지했던 다른 역할들이 캐릭터적으로 많이 센 역할이 많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덜하긴 했다. 그래도 이 영화 속에서는 가장 강렬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김종관 감독님 영화에서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라고 입을 연 이주영은 "주은은 교통사고라는 아픔을 겪은 인물이지 않나. 그래서 그 이전에 제가 했던 캐릭터와는 다르게 현실에 발을 딱 붙이고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주은이 겪은 일(사고)이 정말 비극적인 일이지만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오히려 덜 비극적으로 보이는 인물인 것 같다. 트라우마가 남는다기 보다는 기억을 잃게 된 거니까"고 덧붙였다.
단편영화 '콜'을 시작으로 이어 장편 데뷔작인 '독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까지 세고 강한 캐릭터를 많이 했던 이주영은 한 가지 이미지의 고착화에 대한 걱정이 없냐고 묻자 "배우로서 당연히 걱정이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한가지 이미지가 굳혀질까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다르게 보면 그게 제 장점이니까 아예 놓고 가고 싶진 않다. 물론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고 평범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제가 워낙에 키도 크고 머리도 짧게 자르고 첫 등장을 했다보니까 평범하게 떠올리지는 못하시는 것 같다"고 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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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밖에 세보이는 겉모습과 강한 캐릭터들로 인해 여러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밝히며 "아무래도 제 외적인 부분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편이다. '독전'으로 센 캐릭터로 장편 데뷔를 했다보니까 술도 많이 마실 것 같다는 오해도 많이 받고 아주 세고 드센 사람일거라는 오해를 받는다. 그런데 진짜 저는 센 사람이 아니다.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되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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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조제'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폴라이드 작동법' 넷플릭스 '페르소나-밤을 걷다'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 등이 출연한다. 오는 31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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