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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천명 아이돌' 배우 설경구(53)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루고 미뤘던 숙제를 끝낸 그는 이번에도 파격적인 도전과 새로운 변신으로 다시 한번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전매특허 '브로맨스'는 덤, 특유의 무심함과 반전의 따뜻함으로 무장한 설경구가 새로운 인생 캐릭터로 의미 있는 필모그래피를 추가했다.
특히 '자산어보'는 '실미도'(03, 강우석 감독)로 '한국 최초 1000만 배우' 타이틀을 꿰차고 이후 '해운대'(09, 윤제균 감독) '감시자들'(13, 조의석·김병서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 변성현 감독) '살인자의 기억법'(17, 원신연 감독) 등을 통해 장르를 불문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연기 신(神)' 설경구가 1993년 데뷔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자산어보'에서 동생 정약용(류승룡)과 함께 천주교 교리를 따른 죄로 간신히 사형을 면하고 머나먼 섬 흑산도로 유배당한 정약전을 연기한 설경구. 그는 육지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바다 생물과 섬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보며 유배길에 잃었던 호기심을 되찾고 또 글공부에 한계를 느끼는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를 만나면서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는 인물을 자신만의 색채로 완벽히 표현해 영화 속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소원'(13) 이후 8년 만에 이준익 감독과 재회한 설경구는 '자산어보'로 다시 한번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과시, 새로운 인생작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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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첫 사극을 도전하기까지 그는 "왠지 사극을 조금씩 미루고 싶었다. 미루면서도 해야겠다 생각을 하긴 했다. 안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겠다. 구체적인 이유라기보다는 낯선 나의 모습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내게 제안이 들어온 사극 작품 중 개봉한 작품도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그 작품을 개봉 이후 봐도 '내가 저 작품을 할걸'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더라. 사극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자산어보'를 하면서 달라졌다. 이번 기회에 흑백 사극 영화를 했으니 다음에는 컬러로 사극 영화를 다시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한두 번 더 해보고 싶어졌다"고 애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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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줄넘기로 땀을 빼는 편이다. 변요한이 1000번 정도 한다고 했는데 두 시간 정도 줄넘기를 한다. 1000번은 10분이면 끝난다. '공공의 적'(02, 강우석 감독) 끝나고 살이 90kg까지 쪘다. 다음 작품인 '오아시스'(02, 이창동 감독) 캐릭터를 위해 억지로 살을 뺐는데, 그때 촬영장 숙소에서 줄넘기로 살을 뺐다. 그게 지금까지 습관이 됐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갔을 때도 줄넘기를 가지고 갔다. 토론토영화제 때는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더라. 그래서 화장실에 하기도 했고 이제는 줄넘기가 필수품이 됐다. 줄넘기를 안 하고 촬영장에 가면 안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고 가야 한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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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브로맨스 장인'으로서 딱히 비법은 없다. 그냥 현장에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선, 후배를 떠나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서로 어려워하지 않게 다가가려고 한다. 처음에는 변요한이 나를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 아무래도 내가 연식이 있다 보니 어려울 수 있지 않나?"며 "촬영 전 늘 술 한잔하려고 한다. 물론 요즘은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못 하지만 이전에는 촬영 전 동료들과 술 한잔하면서 대부분 내가 평정을 시켜버린다. 후배들에게는 선배 말고 형으로 부르라고 한다. 일단 그 거리부터 좁히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선배라고 해서 후배들에게 모든 부분 귀감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후배도 다가오지 않겠나? 그러면서 만나지는 것 같다. 선, 후배가 아닌 동료로 편해지는 걸 느낀다. 그런 부분을 느끼면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다. 변요한뿐만 아니라 젊은 배우들과 잘 지내고 있는걸 보면 브로맨스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방식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후배들이 다가와 줘서 오히려 내가 감사한 일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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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생충'(19, 봉준호 감독)을 통해 아카데미는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이정은을 향해 "이정은은 너무 늦게 빛을 본 배우인 것 같다. 더 일찍 알려졌어야 했던 배우다. 학교 다닐 때부터 생활 연기의 대가였다. 늘 삶을 즐기고 무엇보다 웃긴 친구였다. 정도 많은데 정확한 부분도 있고 춤도 잘 춘다. 연극 '지하철 1호선' 할 때도 무대를 휘어잡았다. 반가운 것은 당연하고 이정은이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너무 늦게 잘 된 것 같다. 그런데 또 되자마자 대형 사고를 쳤다. 역시 이정은이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로맨스 연기에 대한 욕심에 대해 "배우들의 로망은 멜로다. 영화는 멜로다. 지금 한국 영화는 장르 영화가 잘돼 장르 영화만 우르르 나온다. 뼈와 살과 뇌를 빠개는 영화들이 나오는 게 마치 한국 상업 영화의 전체인 것처럼 됐다. 배우로서 멜로영화 하고 싶다. 그런데 책도 없고 연락도 없다"고 한숨을 쉬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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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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