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고(故) 김기덕 감독의 유족이 생전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함과 동시에 '미투 사건'을 폭로한 MBC와 여배우A의 소송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감독이 지난달 25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3부에 접수한 민우회 상대 3억원 손해배상 소송은 취하됐다. 김 감독은 2019년 2월 민우회가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새로 공개될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막작 초청을 취소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자신을 성폭력 가해자로 낙인찍는 등 명예에 막대한 훼손을 입혔다는 이유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이어가던 중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 유가족 및 상속인이 해당 소송을 수계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아 소송이 취하됐다.
다만 김 감독의 또 다른 소송인 MBC와 여배우A씨에 각각 제기한 1억원,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은 김 감독의 딸이 소송을 수계하면서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
김 감독은 '뫼비우스'(13) 촬영 당시 중도 하차한 여배우A로부터 성추행, 폭행,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바 있다. 당시 여배우A는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했지만 이 과정에서 김 감독에게 폭행 및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를 강요받아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며 그를 고발한 것. 법원은 2017년 12월 김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심리만으로 법원에서 벌금·과료 등을 내리는 절차)을 내리며 사건을 종결했다.
여배우A의 폭로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공분을 산 김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2018년 상반기 '미투 운동'으로 확산됐고, 그해 3월 방송된 'PD수첩'에서는 김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A를 비롯해 그동안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여배우들의 인터뷰를 다뤄 영화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PD수첩'에서 여배우 A는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방에 '자고 가라' '셋이서 자자'며 붙잡았다. 성관계를 요구했고 나는 너무 끔찍했다"고 폭로해 김 감독을 향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이에 김 감독은 2019년 6월 'PD수첩'과 여배우A의 허위 주장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지만 재판 1심에서 패소했고 곧바로 항소심을 진행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이 된 김 감독을 대신해 그의 딸이 항소심을 이어받아 재판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김기덕 감독은 지난 26일(한국시각)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매회 그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을 추모하는 영상에 언급돼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