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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 최고의 대세 배우들이 모여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한 것은 물론 완성도 높은 연출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언프레임드'는 '반장선거'(박정민 감독) '재방송'(손석구 감독) '반디'(최희서 감독) '블루 해피니스'(이제훈 감독) 총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먼저 박정민 감독이 연출한 '반장선거'는 어른의 세계만큼 치열한 5학년 2반 교실의 반장선거 풍경을 담은 초등학생 누아르를 담았다. 또한 손석구 감독의 '재방송'은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성가시고, 애틋한 하루를 담은 로드무비를, 최희서 감독의 '반디'는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특별한 비밀을 알려주기로 결심한 싱글맘 소영과 아홉 살 딸 반디의 이야기를 다뤘다. 마지막으로 이제훈 감독의 '블루 해피니스'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마주한 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취준생 찬영이 아무리 애써도 쉬이 잡히지 않는 행복을 쫓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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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서 감독 역시 "나는 이제훈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간 손석구를 통해 이런 프로젝트를 들었고 같이 하자는 이야기에 하게 됐다. 내가 느끼기에는 어벤져스급이라 나도 끼고 싶었다"고 자부심을 전했다.
'언프레임드'의 시작이었던 이제훈 감독은 "내가 공동으로 설립한 하드컷을 통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배우들이 연출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함께 해줘서 감개무량하고 너무 놀랍다. 이 자리를 통해 함께해준 우리 감독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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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반장선거'의 박정민 감독은 "초등학생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여기에 신나는 음악을 버무리고 싶어 마미손이라는 뮤지션을 찾아갔다. 원래 누아르 장르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였다. 만들다 보니 영화가 조금 어두워졌다. 그래서 보는 관객이 '초등학교 누아르'라고 표현해준 것 같다. 다만 이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이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서 더 누아르라는 장르처럼 보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 영화를 하는 이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와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연출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50대 아저씨들에게 초등학생 콘셉트의 옷을 입고 만들어볼까 싶었다. 황정민 선배에게 출연을 부탁할까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아이들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초등학생 누아르'를 만들게 됐다. 결국 아역 배우들에게 힘을 받고 연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솔직히 '언프레임드'는 내게 반성과도 같다. 20대 영상원을 다니면서 부모님의 등골을 뺀 것 같아 죄송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책임감의 무게가 엄청난 것이라는 반성도 들었다. 나의 하찮은 입으로 함부로 이 세상의 모든 감독들의 영화를 왈가왈부했던 나의 과거도 모두 반성했다. 많은 것을 깨달은 충격적인 선택이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재방송'의 손석구 감독은 "결혼식장에 가서 이모와 조카 사이인 것 같은 사람들을 봤다. 저 둘의 관계성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재방송'을 연출하게 됐다. 임성재, 변중희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사실적인 연기를 좋아하는데 두 배우가 정말 잘 소화했다"고 애정을 쏟았다.
그는 "10년 전부터 단편 영화를 연출하고 싶었다. 준비를 하다가 자신이 없어서 포기를 하기도 했다. 연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장편 도전도 가고 싶다. 장편 가자"며 "너무 하고 싶었던 연출이라 현장 자체가 너무 신났다. 신나서 뛰어다녔다. 배우들이 내게 도움을 주는 현장이어서 미친듯이 열심히 임했다. 리얼리티가 살아야 이 영화를 볼 맛이 날 것 같았다. 늘 진짜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배우들의 진짜 같은 모습을 찾고 싶어 눈에 불을 켜고 모니터를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출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됐다. 나의 30대 선택 중 가장 잘 한 선택이 '언프레임드'였다"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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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에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해야 했다. 연기를 처음으로 반포기한 상태로 한 것 같다. 내 모니터를 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소이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좋은 컷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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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해피니스'에서 열연한 정해인에 대해 "주인공 찬영을 생각했을 때 어떤 배우가 우리 시대의 청춘을 대변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정해인 밖에 생각이 안 났다. 그를 상상하면서 맞춤형에 가깝게 글을 썼다. 조심스럽게 정해인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바로 '출연 하겠다' 답을 줬다. 이게 감독의 마음인 것 같았다. 답을 듣기 전까지 설레이면서 두려운 마음을 가졌다. 거절을 당하면서 인생의 쓴 맛을 느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순탄하게 캐스팅을 하게 됐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이어 "정해인이 시나리오를 본 뒤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가 참 쓸쓸하다.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많은 공감을 받을 것 같다'라는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정해인이 지금까지 보여준 결들의 총 집합체, 그리고 정해인의 심도 깊은 심연까지 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정해인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 역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출적으로 배우들이 돋보이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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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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