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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배니싱' 데르쿠르 감독 "봉준호 감독, 배우들을 놀게 해주더라…外人 눈으로 본 서울 그렸다"(종합)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2-03-23 16:14 | 최종수정 2022-03-29 10:36


'배니싱' 드니 데르쿠르 감독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이 작품, 한국영화 맞아?!'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이하 배니싱)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진호(유연석)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의 공조 수사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다.

'배니싱'은 프랑스 영화같은 한국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연석과 호흡을 맞춘 주연이 글로벌 스타 올가 쿠릴렌코이고 메가폰을 잡은 감독 역시 프랑스 감독 드니 데르쿠르이기 때문이다. 덕분인지 '배니싱'은 한국배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배경도 서울이지만 프랑스 영화 느낌이 물씬 난다.

연출을 맡은 데르쿠르 감독은 인터뷰에서 우선 한국 배우들에 대해 극찬했다. 그는 유연석에 대해서는 "누가봐도 유연석은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잘생긴 것에만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는 배우다"라며 "그래서 유연석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흥미로운 일이었다. 극중 올가 쿠릴렌코가 연기하는 알리스도 '형사인데 너무 잘 생겨서 수사를 잘 할 수 있을까' 느끼는 부분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잘생겨서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잘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지원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프랑스어를 잘해서 캐스팅한 것이 컸다. 그런데 연기를 보니 그렇게 열심히 하는 배우를 보지 못했다"라며 "연기 자체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잘 소화해줬다. 첫번째 촬영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었는데 정말 잘해줬다.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로 생각한다. 또 프랑스 사람은 아마 예지원을 보면 퍼펙트한 불어를 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배니싱' 드니 데르쿠르 감독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극중에는 유연석과 쿠릴렌코의 '썸'이 살짝 등장한다. "원래 스릴러이기 때문에 러브스토리를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둘의 감정적인 면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피도 철철 흐르고 어려운 스토리라 찍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두 배우가 잘해줘서 좋았다. 로맨스의 맛보기만 보여주는 것도 잘 해줬다.(웃음)"

이어 데르쿠르 감독은 "나는 미니멀리스트로서 스릴러를 접근한다. 투머치 하지 않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리 자체가 관객들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가득차게 해야한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으면 관객의 머리에 들어가 전개되기 힘들어진다. 영화를 배우 스태프 그리고 관객들의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연석은 극중 마술을 자주 보여준다. "젠틀함을 보여주면서 그 사람 자체를 미스터리하게 만들어주려고 그런 부분을 넣었다. 마술이 유용하게 사용됐다. 캐릭터 자체게 사랑스럽게 보이게 하면서 전개의 불확실성, 위험한 인물인 것 같은 장치로 활용했다."


프랑스 감독으로서 한국 영화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영화를 통해서만 한국을 보게되면 내가 클리셰에 갇힐 수도 있다. 난 한국 영화를 자주 본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내가 아주 인상깊게 본 작품이다. '버닝' 같은 한국 스릴러도 봤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작품들을 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데르쿠르 감독은 "한국 영화의 정신은 기억하고 한국 영화 속 경찰 수사과정 등은 참고했다"고 전했다.


'배니싱' 드니 데르쿠르 감독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어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의 연출은 배우들에게 화면 안에서 알아서 놀게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것을 '코리안웨이'라고 부른다. 나도 이 영화에서 배우들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배니싱'은 한국을 이색적으로 담은 것도 눈길을 끈다. 데르쿠르 감독은 "서울의 야경을 담으려고 했다. 외국인의 눈으로 봤을때 어필할 수 있게 하면서도 한국인이 보기에도 너무 뻔하지 않는 화면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영화 자체가 한국을 알리스의 눈으로 보는 것이 포커스였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을 그리는 영화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태프들과의 작업에 대해선 "정말 모든 것이 인상에 깊었다. 영화를 너무 잘아는 프로들이 많았다. 가장 큰 인상을 받은 것은 철저히 준비된채 세트에 온다는 것이다. 영화라는 일은 많은 사전작업이 필요한데 이렇게 준비된 상태에서 온다는 것 자체에 큰 인상을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전세계적으로 한국 영화가 성공하는 것은 미스터리가 아니다. 이렇게 열심히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작품인데 어떻게 인기가 없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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