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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유태오(43)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인생작을 만났다.
멜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 감독)에서 어린 시절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을 연기한 유태오. 그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패스트 라이브즈'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특히 2018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된 '레토'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주목을 받는 배우로 떠오른 유태오가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연으로 출연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24년 전 이민 간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찾아가는 주인공 해성을 연기한 유태오는 과거 인연의 끈을 잡기 위해 용기를 낸 복잡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연기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유태오는 지난 18일 열린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려 많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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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인연'이라는 요소가 좋았다. '인연'은 동양 철학적인 요소로 자주 쓰는 말이지 않나? 이 요소를 서양 관객에게 소개시키면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셀린 송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서 실력이 너무 멋있었다. 또 마지막 신에 남아있는 여운 때문에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눈물이 나는 게 쉽지 않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연출만 잘 된다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것 같았다. 선택을 당하는 직업이라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게다가 A24와 CJ ENM이 합작한 영화지 않나? 한국 소재의 중심인 영화인데 '미나리'의 A24와 '기생충'을 만든 CJ ENM이 손을 잡는다고 했을 때 긴장이 됐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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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빛낸 순간도 곱씹었다. 유태오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됐다고 기대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 영화를 만들 때 결과주의적인 생각으로 임하지 않는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내가 느낀 감수성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고 영화를 봤을 때 모두 똑같은 감동을 받았으면 했다"며 "그래서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소식을 들었을 때 실감이 안 났다. 막상 그 시상식 당일 자리에 참석했을 때 매니저가 '소감 준비했나?'라고 하길래 그때부터 긴장이 됐다.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남우주연상 수상을 호명할 차례가 올 때까지 온통 소감만 생각했던 것 같다"고 곱씹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가 됐는데 그의 수상이 확정되고 나서 너무 안심이 됐다. 앞서간 연기 선배이지 않나? 킬리언 머피에게 다가가 '당신이 수상자라 너무 좋다. 당신의 연기를 보며 배운 학생이었다'고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나는 해외에서 상을 타보지 않았지만 이러한 시상식이 비단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가진 커뮤니티가 감싸주는 따뜻한 온도가 무엇인지 경험하게 됐다. 킬리언 머피에게 용기내 인사를 건네니 고맙게도 포옹으로 화답을 줬다. 그리고 킬리언 머피가 나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데려가 소개해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우리 영화를 봤다고 해 더 긴장된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인 팬심을 전했고 한국 배우 필요할 때 오디션을 꼭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국내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