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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이 폭발했다. 갈등의 내막은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로 밝혀지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이브의 충격적인 민희진 대표의 감사 이유는 '경영권 탈취 의혹'이었다.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와 함께 하이브로부터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을 하이브가 포착했다는 것이다.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주주들에게 유도했고 이를 이유로 하이브가 감사권을 발동했다. 현재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포함한 현 어도어 경영진에게 감사 질의서를 보냈고 민희진 대표에겐 사임 요청을 요구했다. 감사 질의서 답변 시한은 하루 뒤인 오는 23일이다. 만약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어도어 주주총회 소집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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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 측은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 음악 산업과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다"며 "어도어 및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하이브 레이블 가운데 하나인 빌리프랩은 3월 여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아일릿을 데뷔시켰다.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다. K팝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카피해 새로움을 보여주기는커녕 진부함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도어 및 뉴진스가 이러한 유사함을 허용하거나 양해했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이는 명백히 오해인바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멀티 레이블은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제이지, 계열 레이블이라는 이유로 한 레이블이 이룩한 문화적 성과를 다른 레이블들이 따라하는 데 면죄부를 주기 위한 체제가 결코 아니다"고 일갈했다.
더불어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이익을 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며 "하이브와 빌리프랩, 그리고 방시혁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민희진 대표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입장 발표로 하이브 및 빌리프랩이 잘못을 직시하고 앞으로는 타인의 문화적 성과를 존중하고 치열한 고민을 거친 창작을 통해 우리나라 음악 산업과 문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으로 '어도어의 하이브 배신' 프레임이 굳혀지는 듯 보였으나 민희진 대표의 입장 발표로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 실제로 아일릿이 공개된 이후 '뉴진스 카피'에 대한 이슈가 이어졌고 민희진 대표 역시 직접적으로 '카피'를 언급해 파장이 커졌다.
앞서 민희진 대표는 지난해 1월 주간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도 '하이브 자본'으로 만들어진 어도어에 대해 소신있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그는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 자본'을 외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안되는 표현이다"며 "투자금이 결정돼 투자가 성사된 이후 실제 세부 레이블 경영 전략은 하이브와 무관한 레이블 독자 재량이기도 하거니와 난 당시 하이브 외에도 비슷한 규모 투자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게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고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 '무간섭' 조항은 1순위였을 것이라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고 독자적인 레이블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감사권이 발동되자 과거 하이브와 선을 그은 민희진 대표의 태도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됐고 여기에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하이브와 어도어의 밥그릇 싸움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