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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책, 만들고 싶은 책 만들 수 있으면 행복한 거죠"
그런데도 꿋꿋이 버텨가는 여성 출판인들이 여기 있다. 박희선 가지 대표, 박숙희 메멘토 대표, 전은정 목수책방 대표, 최지영 에디토리얼 대표, 이현화 혜화1117 대표 등 다섯 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1970년대생, 1990년대 출판계 입문, 2010년대 창업한 1인 출판사 대표라는 공통점이 있다. 5명을 모두 합치면 나이는 270살, 책 만든 지는 150년에 달한다. 이중 출판사 대표 경력만 51년에 이른다. 이들이 만든 책은 모두 합해 216권.
책을 만드는 데 있어 나름의 원칙이 있다. 이들은 우후죽순 나오는 트렌디한 에세이는 지양한다. 출간한 책 상당수는 이른바 '벽돌 책'이다. 사회과학 서적, 실험적인 인문 서적도 여러 권이다. 이 때문에 셀럽들이 추천하는 베스트셀러 책들은 '전무'하다고 한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책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스트레스부터 이겨내야 한다. 월말이면 여러 비용이 차감되면서 통장 잔고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렇게 경제적 어려움도 겪지만 베스트셀러를 내는 게 목표는 아니다. 만들고 싶은 책을 꾸준히 만들 수 있는 게 목표다. 그래서 다음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지금 출간한 책을 '재쇄'(再刷)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라고 한다.
"출판은 원래 소품종 다량 생산입니다. 내는 책 모두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요. 원하는 책,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 수 있으면 행복한 거죠. 그 기준이 재쇄인 것이고요."(이현화 혜화1117 대표)
이번에는 자신들이 직접 쓴 책을 만들었다. 이들은 평소 한 달에 한 번 정도 걷는 모임을 진행하는데, 거기서 나온 제안이 단초가 됐다. 기획부터 편집, 제작, 홍보, 마케팅, 경리, 총무, 택배 발송까지 혼자 다 하는 데 글이라고 못 쓰겠냐는 호기가 작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출판하는 언니들'이란 일종의 공동 브랜드를 만든 후 '출판이란 우리에게 무엇이고, 왜 이 일을 계속하는가'를 주제로 글을 썼다. 그 첫 결과물이 '언니들의 계속하는 힘'이다. '출판하는 언니들'은 오는 26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동 부스를 운영하며 이 책을 선보인다.
이들이 출판 일을 하는 건 단순히 '호구지책'이어서만은 아니다. 출판에서 매력을 느끼고, 기쁨을 느껴서다. 그래서 30년 넘게 쭉 해오고 있는 것이라고 이현화 대표는 설명했다. "엄청난 성공만이, 대단한 그 무엇이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삶과 책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책 서문에도 자세히 드러난다.
"큰 목소리 가져본 적 없지만, 여전히 줄기차게 '이곳'에 있습니다. 우리를 '이곳'에 있게 한 건 뭐였을까, 각자 짧은 글을 썼습니다. 쓰고 보니 그것은 직업? 일상? 애증? 생존? 사랑? 오래 '이곳'에 남아 있고 싶은 마음! 흰머리 희끗한 우리에게 '책'은 여전히 그런 것이었더랍니다."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