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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설 그 자체다. 한국 최초의 아이돌, 최초의 팬클럽을 만든 가수 남진(79)이 60년간 꺼지지 않는 음악 열정을 고백했다.
닐 세다카, 엘비스 프레슬리, 레이 찰스 등 평소 팝가수를 좋아했던 남다른 음악적 감각을 지닌 남진은 장르의 한계를 넘나들며 세련된 음악을 추구, 그 시절 트렌드 세터로 국내 최초 팬덤을 형성해 4만명이 넘는 소녀팬들을 거느린 레전드 가수로 대한민국 최초의 아이돌, 그리고 팬덤으로부터 '오빠'로 불린 기록을 세웠다.
1965년에 데뷔해 올해 60주년을 맞이한 남진은 굴곡진 삶을 겪었던 과거부터 현재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콘서트를 개최한 과정까지,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생생한 현장을 '오빠, 남진'으로 담아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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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60년 전 내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얼마나 귀엽고 멋있나. 사과로 치면 풋사과 같다"며 "겸손이 아니라 인간 김남진(남진 본명)에 대해 사람들은 잘 모르지 않나? 그 당시에는 인물 좋은 사람이 없었나 보더라. 전라도 말로 귄이 있다고 한다. 귀엽다는 이야기다. 그런 모습에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 것 같다. 그때 나는 친구도 많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울리길 좋아했다. 정겨운 사람을 참 좋아하는데 나 역시 인간성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고 호통하게 자신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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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명이 없었기 때문에 더 한 번 노력해보자 싶어서 최근엔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강한 압박감이 생겼다. 나이 먹은 후 훨씬 열정을 많이 갖게 됐다. 지금도 몇 시간씩 노래를 듣고 느끼려고 한다. 나 자신도 가수로서 진지함, 깊은 맛을 느끼고 싶었다. 다시 무명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다시 한번 해보고 싶고 내가 60년 전 히트한 곡을 다시 불러보고 싶다. 인기가수 남진으로 부른 노래가 아니라 정말 가수로서 부르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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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요계 최초의 아이돌, 팬클럽 문화를 만든 자부심도 남달랐다. 남진은 "내가 데뷔했을 때가 20대였다. 그렇다면 팬들은 어떻겠나? 팬들은 10대였다. 9살이었던 팬도 있었다. 이랬던 팬들이 지금은 70살이 됐고 60살이 됐다. 소녀팬들이 60대가 된 것이다. 그런 세월을 함께 해줘서 고맙다. 지금은 행사 때 만나면 정말 팬들이 친척, 혹은 가족 같은 느낌이다. 너무 고마운 부분이 내 팬들이 지금 70대, 60대이지만 내 공연을 보면 표정이 아직도 소녀 같더라"고 애정을 전했다.
남진은 세기의 라이벌 나훈아에 대한 추억도 떠올렸다. 남진은 "나훈아는 내가 인정하는 전형적인 트로트 가수다. 나훈아는 타고난 트로트 가수다. 정말 타고난 가수다. 라이벌 시대가 있기 때문에 가요계가 전성시대도 온 것이다. 흥행을 위한 만든 구도다. 그 당시에는 쇼를 만들기 위해 라이벌 시대를 만든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마케팅이다"고 곱씹었다.
이어 "실제로 나훈아는 한참 후배다. 나훈아가 고등학생일 때 처음 봤다. 그 때가 내가 해병대 입대할 쯤이었는데 내 친구의 제자였다. 나중에 내가 월남 다녀오니 많이 컸더라. 라이벌도 만들어 가요계 전성기 시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전국투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나훈아에 대해 "사실 마음이 좀 그렇다. 솔직히 나훈아의 은퇴가 이해가 안 된다. 몸이 아프다거나 노래를 더이상 부를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갑자기 은퇴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조용필 씨가 나훈아 보다 나이가 더 많고 선배인데 다들 활동하지 않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나훈아는 개성이 강하다. 어떻게 살아 왔는가 보면 알지 않나?"라며 "가요계에서는 두 사람이 전성기를 이뤘고 7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황금기를 맞았다. 우리는 자연히 팬들 주도 하에 만들어 졌는데 태진아와 송대관은 자기들이 만든 것이다. 시대가 만들어준 것 같다. 멋있는 라이벌이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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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남진'은 오는 9월 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