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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혜교가 혜교를 지웠다. 익숙함을 벗어던지고 낯선 얼굴로 관객을 응시한다. "멜로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던 배우 송혜교가 영화 '검은 수녀들'을 통해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했다.
'검은 수녀들'이 지난 20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로,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권혁재 감독이 전편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배턴을 이어받아 색다른 'K-오컬트'의 맛을 구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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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송혜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자를 연기하며 깜짝 변신을 꾀했던 바 있다. 캐스팅 공개 당시, 배우로서 충분히 강점을 보여왔던 멜로가 아닌 장르물을 택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더 글로리'가 예상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터라 자연스레 차기작에도 관심이 쏠렸다. 송혜교는 이번에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컬트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검은 수녀들'을 택한 이유에 대해 "'더 글로리' 이후 다시 사랑 이야기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장르물 위주의 대본을 보면서 고르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검은 수녀들' 대본을 읽게 됐다. 대본을 보면서 너무 힘들고 어려운 도전이 될 것 같았는데, 이 작품을 선택하면 스스로도 몰랐던 새로운 표정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검은 수녀들'은 배우 송혜교의 필모그래피에 또다른 성취로 기록될 것이다.
이전처럼 풀메이크업에 예쁜 옷을 입은 여주인공이 아닌, 화장기 없이 수녀복을 착용하여 낯선 비주얼을 보여줬다. 찰진 욕설을 내뱉은 것도, 생애 첫 담배 연기를 뿜은 것도, 송혜교가 아닌 유니아의 입이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송혜교는 송혜교를 지우고 있다. 안전한 껍질을 벗고 생경함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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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