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남초현상이 낳은 부작용…"불안한 테스토스테론 과잉 사회"

기사입력 2025-05-29 08:00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EPA=연합뉴스]
[현암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남성 과잉 사회'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미국에서 여성 1억6천만명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편의점, 상점, 영화관, 백화점 등에서 미국 여성을 단 한명도 찾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미국 여성 인구가 1억6천만명보다 적기 때문이다.

신간 '남성 과잉 사회'(현암사)에 따르면 프랑스 인구통계학자인 크리스토프 길모트는 아시아에서만 지난 수십 년간 1억6천만명의 여성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2005년 발표했다. 미국 여성 전체에 해당하는 여성 인구가 사라졌다는 얘기였다.

여성들이 사라진 이유는 간단했다. 여자아이를 임신하면 임신을 중지하고, 남자아이는 낳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써 나타난 게 남초 사회, 즉 '남성 과잉 사회'다.

자연계에서 여성과 남성의 성비는 통상적으로 100대 105다. 여성 100명이 태어날 때 남성은 105명이 태어나는 게 정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1980년대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여성 100명당 남성 성비는 109를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 인도는 112, 중국은 120에 달했다. 특히 중국 일부 지역은 163~176까지 남성 성비가 치솟았다.

'남성 과잉 사회' 저자인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라 비슨달은 "초음파와 낙태의 조합이 아시아에서만 1억6천만명이 넘는 잠재적인 여성과 소녀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지적한다.

성비 불균형이 발생한 원인은 남아선호사상을 비롯해 경제 발전과 기술 보급, 국가의 인구 조절 정책, 미래에 대한 불안, 서구의 자금 투입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특히 성 감별은 도시에 살고, 교육을 잘 받은 사회 계층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선택적 낙태를 한 최초의 부모들이 서울 시민들"이었고, 아제르바이잔에선 수도인 바쿠 시민들이었다.

인도에선 고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지닌 여성들이 여아 100명당 남아 114명을 출산했다. 교육받지 못한 여성들의 남아 출산은 108로 교육받은 여성들보다 낮았다.

문제는 이런 성비 불균형이 여러 문제점을 낳는다는 것이다.

대만 등 잘 사는 국가의 "잉여 남성"들은 베트남으로 일주일간 '결혼여행'을 떠나 아내를 구한다. 중국과 인도의 부유한 지역에서는 남성들이 불법 중개인들을 통해 가난한 지역의 여성을 산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매매, 인신매매, 조혼, 납치 등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하기 쉽다.

아울러 남성 과잉 사회는 '테스토스테론 과잉 사회'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남성에게 많은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수치가 과다할 때 흥분, 반달리즘(파괴행위), 공격성, 모험심, 기본적인 규범 위배 등의 반사회적 행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남성의 수가 여성의 수보다 상당히 많은 사회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이런 사회는 보통 불안정하고 때로는 폭력적"이라고 지적한다.

박우정 옮김. 416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