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원작 팬들 시어머니 같다고?"…'전독시' 감독, '국뽕' 배후성→지수 논란에 답하다(종합)

최종수정 2025-07-23 10:19

[SC인터뷰] "원작 팬들 시어머니 같다고?"…'전독시' 감독, '국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병우(45) 감독이 원작 팬들의 많은 우려를 사고 있는 '전지적 독자 시점'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2013년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로 데뷔해 2018년 'PMC: 더 벙커'를 거쳐 세 번째 연출작 액션 판타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을 선보이게 된 김병우 감독. 그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전지적 독자 시점'의 연출 과정부터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솔직하게 답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간 연재된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의 이야기를 다시 고쳐 써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부부 작가팀 싱숑의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원작 팬과 예비 관객으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기대작이다.

올여름 극장가 첫 번째 텐트폴로 등판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앞서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를 통해 숨 막히는 몰입감과 독창적인 소재·장르에 도전해 인정을 받은 김병우 감독이 연출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그간 한정된 공간, 극한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아드레날린을 폭발시켜 온 김병우 감독이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더 커진 세계관을 가진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다.


[SC인터뷰] "원작 팬들 시어머니 같다고?"…'전독시' 감독, '국뽕'…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날 김병우 감독은 "사실 처음엔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웹소설을 읽었는데, 원작을 읽고 나서 영화 연출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약 2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원작을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고 신선한데 영화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보통 내 경우엔 영화 속에서 등장 인물의 내레이션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터부시하게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내레이션 활용도 많고 이게 과연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어떻게 하면 편하게 볼 수 있을까?'란 걱정도 컸다. 영화가 표방하는 장르는 판타지 액션이지만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요소와 소재가 담겨있는 원작이었다. 어떻게 하면 잘 즐기게 만들 수 있을지 꽤 오래 고민했다. 그러다 나름의 확신이 생기면서 하게 됐다. 확신은 원작이 가진 힘이었다. 내 전작들을 봤다면 알겠지만 나는 체험형, 참여형 영화를 좋아하고 몰입도 크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원작은 체험과 참여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고 그런 지점이 재미있었다. 웹소설 첫 페이지부터 '전지적 독자 시점'임을 확실히 표방하는 작품이었다. 독자를 독자에 빙의시키지 않나? 팀과 한 무리를 지어 같이 다니는 기분이었다. 독자가 갖는 질문을 스스로도 되짚어보는 참여형 콘텐츠인 것 같아 연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화화를 결정한 뒤 각색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김 감독은 '전지적 독자 시점'을 5편까지 생각하고 있고 그 첫 번째 스텝인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원작의 초반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했다고. 그는 "사실 '전지적 독자 시점'을 두고 1편, 2편이라 정의하고 싶진 않다. 영화에서 충분히 갖춰야 할 지점은 영화가 가진 포지션이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데, 지금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다룬 내용 외에 더 좋은 재료들이 창고에 많이 쌓여 있는 것과 같다. 창고에서 다 끄집어 냈다가 이도저도 아닐 수 있으니 처음이라면 이 정도 분량으로 영화를 완성하고 싶었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며 "일단은 영화가 흥행이 되고 후속편을 원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5편까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OTT 플랫폼을 통해 시리즈화를 생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시리즈로 만들기에 힘든 작품"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알려지다시피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제작비는 300억원이다. 그런데 이걸 시리즈로 만들었을 때 편당 제작비 상한선이 생긴다. 시리즈 기준 제작비 상한선을 생각했을 때 '전지적 독자 시점'은 관객이 충분히 즐길 만한 퀄리트를 만들 수 없다. 물론 제작비가 열려 있고 환경적으로 더 좋은 컨디션이 된다면 시리즈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을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극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SC인터뷰] "원작 팬들 시어머니 같다고?"…'전독시' 감독, '국뽕'…

[SC인터뷰] "원작 팬들 시어머니 같다고?"…'전독시' 감독, '국뽕'…
캐스팅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다. 앞서 안효섭은 김 감독이 자신을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 "지극히 평범해서"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에 김 감독은 "당연히 안효섭을 처음 본 사람들이라면 단번에 평범하다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독자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했을 때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캐스팅 과정에서 안효섭이 언급됐고 그의 필모그래피 작품을 봤다. 실제로 만나 말을 나눠보면서 보편성이라는 지점을 잘 표현할 것 같더라. 그리고 굉장히 성실하더라. 그런 지점에서 꽤 매료가 됐다"며 "실제로 현장에서 안효섭은 정말 너무 잘하고 너무 열심히 한다. 힘든 액션도 대역을 한 번도 안 쓰고 직접 다했다. 어려운 액션일 때 배우가 현장에서 조율하기 마련인데 단 한 번도 '이건 못하겠다' 말 한 적이 없다. 사전에 굉장히 많이 준비하고 나와 끝까지 소통하려고 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300억이 투입된 대작에 영화계에서는 신인과 같은 안효섭을 캐스팅한 도전도 특별했다. 김 감독은 "제작자인 원동연 대표는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애초에 이 영화는 새롭게 처음부터 다 잡아간다는 느낌이 필요했고 그럴려면 캐스팅에 기대지 말고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은,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자고 주장했다. 그래서 꽤 많이 조사하고 연구했다. 보통 블록버스터를 하면 영화계에서는 대작에 투입되는 나름의 조직군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 그런데 나는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민호에 대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민호 석자 외에는 유중혁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대사(판타지적 언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민호 밖에 없더라. 존재 만으로 장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캐스팅 전략이 중요했다. 유중혁이 이 작품의 중심축을 가져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이민호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답했다.


[SC인터뷰] "원작 팬들 시어머니 같다고?"…'전독시' 감독, '국뽕'…

[SC인터뷰] "원작 팬들 시어머니 같다고?"…'전독시' 감독, '국뽕'…
기대가 높은 만큼 우려도 크다. 앞서 '전지적 독자 시점'은 런칭 예고편이 공개될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통해 '원작 파괴'에 대한 비판이 불거졌다. 원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쓰였던 신화, 설화에서 나온 인물들의 성좌, 배후성 설정이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충무공 이순신을 배후성으로 둔 고등학생 이지혜 역의 지수가 칼이나 활이 아닌 총을 무기로 사용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원작 팬들로부터 거센 공분을 일으켰다. 이뿐만이 아니라 김독자(안효섭)의 싱크로율을 반영하지 않은 캐스팅, 영화에 등장하는 비형은 물론 크리처 비주얼에 대한 호불호 등이 이어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김병우 감독은 "원작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건 감사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원작 팬들이 너무 시어머니 같다는 말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반응이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이런 반응에 대해 예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원작 팬의 눈치를 본다기 보다도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이걸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만족할지 고민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내 취향으로 바뀌었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영화를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원작 팬들이 가장 사랑하고 열광했던 '국뽕' 성좌 설정이 빠진 대목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우리 영화를 둘러싼 논란 중 원작에 등장한 배후성 이야기가 제일 많은데 이번 영화에서 배후성 소재를 뺐다기 보다 많은 소재와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원작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순차적인 정리가 필요했고 그래서 배후성 이야기가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이번 영화는 엔딩 분량이 거의 원작 초반부다. 원작에서 배후성이 제대로 등판하지 않는 부분까지 이야기가 다뤄진 셈이다. 이 한 편에 원작에 담긴 소재를 너무 많이 넣으면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이 혼돈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됐다"며 "물론 배후성 소재는 너무 좋은 소재다. 그런데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영화 안에서 보여준 소재와 장르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속편이 나오면 그 지점을 더 다룰 계획이다. 영화로 만든 '전지적 독자 시점'은 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확실한 포지션을 알려주고 싶었다. 명확하게 설정하고 설명한 다음 전개하고 싶었다. 배후성으로 어떤 인물이 나와 큰 쾌감을 선사하고 느낄 수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둥을 태웠다간 영화가 자칫 쓰러질 것 같았다. 이 영화에 대한 포지션을 다져놓고 장대하게 펼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SC인터뷰] "원작 팬들 시어머니 같다고?"…'전독시' 감독, '국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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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도 안되는 짧은 분량의 이지혜 역의 지수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지혜는 영화 속 등장 타이밍이 상당히 늦다. 그 인물이 원작에서 길고 큰 비중으로 존재하기도 했고 이 인물을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 고민이 컸다. 그런데 원작 초반을 다루는 영화인데 억지로 이지혜 등장 타이밍을 당길 수는 없더라. 여러 고민 끝에 대중이 많이 알아보는 배우가 이 역할을 맡는다면 짧게 등장하더라도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을까 싶어 지수를 캐스팅하게 됐다. 물론 지금도 지수와 이지혜 역할에 대한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이야기가 나온 것만으로도 계획대로 잘 된 캐스팅이 아닐까 싶다. 그 역할을 지수가 하지 않았다면 일반 관객이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에 원 팀으로 힘을 모으는 장면을 만드는 장면에 있어서 꼭 필요한 캐릭터였다. 5분도 채 안 나오지만 편집된 부분 없이 모든 장면을 알맞게 썼다"고 답했다.

칼과 활이 아닌 총을 사용하는 이순신 배후성에 대한 논란에도 "다음 편을 만들었을 때 그걸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어 보여줄지 고민이긴 하다. 지금은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상황을 말할 수 없다. 다만 원작에서 전개됐던 그 배후성의 활약은 당연히 원작이 가진 중요한 자산이라 다음 편을 만든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이순신 배후성인데 총을 무기로 사용한 것은 솔직하게 활을 사용할 생각을 미쳐 못했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원작 팬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보기 불편하지 않게 만들려고 했는데 그 부분(무기 논란)은 정말 예측을 못했다. 캐릭터들의 무기 사용에 대해서는 원작에서 칼이라는 무기가 다수 나오기도 했고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전투 장면을 구현했을 때 원작과 달리 각 캐릭터에 차별성을 좀 더 두고 싶어서 무기를 다양화 시키는 게 액션에 재미를 더 줄 것 같아 그렇게 결정하게 됐다. 검만 쓰지 말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예상밖 논란이 됐다"고 해명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등이 출연했고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의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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