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병우(45) 감독이 원작 팬들의 많은 우려를 사고 있는 '전지적 독자 시점'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올여름 극장가 첫 번째 텐트폴로 등판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앞서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를 통해 숨 막히는 몰입감과 독창적인 소재·장르에 도전해 인정을 받은 김병우 감독이 연출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그간 한정된 공간, 극한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아드레날린을 폭발시켜 온 김병우 감독이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더 커진 세계관을 가진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다.
|
OTT 플랫폼을 통해 시리즈화를 생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시리즈로 만들기에 힘든 작품"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알려지다시피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제작비는 300억원이다. 그런데 이걸 시리즈로 만들었을 때 편당 제작비 상한선이 생긴다. 시리즈 기준 제작비 상한선을 생각했을 때 '전지적 독자 시점'은 관객이 충분히 즐길 만한 퀄리트를 만들 수 없다. 물론 제작비가 열려 있고 환경적으로 더 좋은 컨디션이 된다면 시리즈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을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극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
|
300억이 투입된 대작에 영화계에서는 신인과 같은 안효섭을 캐스팅한 도전도 특별했다. 김 감독은 "제작자인 원동연 대표는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애초에 이 영화는 새롭게 처음부터 다 잡아간다는 느낌이 필요했고 그럴려면 캐스팅에 기대지 말고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은,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자고 주장했다. 그래서 꽤 많이 조사하고 연구했다. 보통 블록버스터를 하면 영화계에서는 대작에 투입되는 나름의 조직군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 그런데 나는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민호에 대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민호 석자 외에는 유중혁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대사(판타지적 언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민호 밖에 없더라. 존재 만으로 장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캐스팅 전략이 중요했다. 유중혁이 이 작품의 중심축을 가져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이민호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답했다.
|
|
이와 관련해 김병우 감독은 "원작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건 감사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원작 팬들이 너무 시어머니 같다는 말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반응이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이런 반응에 대해 예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원작 팬의 눈치를 본다기 보다도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이걸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만족할지 고민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내 취향으로 바뀌었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영화를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원작 팬들이 가장 사랑하고 열광했던 '국뽕' 성좌 설정이 빠진 대목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우리 영화를 둘러싼 논란 중 원작에 등장한 배후성 이야기가 제일 많은데 이번 영화에서 배후성 소재를 뺐다기 보다 많은 소재와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원작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순차적인 정리가 필요했고 그래서 배후성 이야기가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이번 영화는 엔딩 분량이 거의 원작 초반부다. 원작에서 배후성이 제대로 등판하지 않는 부분까지 이야기가 다뤄진 셈이다. 이 한 편에 원작에 담긴 소재를 너무 많이 넣으면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이 혼돈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됐다"며 "물론 배후성 소재는 너무 좋은 소재다. 그런데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영화 안에서 보여준 소재와 장르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속편이 나오면 그 지점을 더 다룰 계획이다. 영화로 만든 '전지적 독자 시점'은 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확실한 포지션을 알려주고 싶었다. 명확하게 설정하고 설명한 다음 전개하고 싶었다. 배후성으로 어떤 인물이 나와 큰 쾌감을 선사하고 느낄 수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둥을 태웠다간 영화가 자칫 쓰러질 것 같았다. 이 영화에 대한 포지션을 다져놓고 장대하게 펼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
칼과 활이 아닌 총을 사용하는 이순신 배후성에 대한 논란에도 "다음 편을 만들었을 때 그걸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어 보여줄지 고민이긴 하다. 지금은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상황을 말할 수 없다. 다만 원작에서 전개됐던 그 배후성의 활약은 당연히 원작이 가진 중요한 자산이라 다음 편을 만든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이순신 배후성인데 총을 무기로 사용한 것은 솔직하게 활을 사용할 생각을 미쳐 못했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원작 팬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보기 불편하지 않게 만들려고 했는데 그 부분(무기 논란)은 정말 예측을 못했다. 캐릭터들의 무기 사용에 대해서는 원작에서 칼이라는 무기가 다수 나오기도 했고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전투 장면을 구현했을 때 원작과 달리 각 캐릭터에 차별성을 좀 더 두고 싶어서 무기를 다양화 시키는 게 액션에 재미를 더 줄 것 같아 그렇게 결정하게 됐다. 검만 쓰지 말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예상밖 논란이 됐다"고 해명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등이 출연했고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의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