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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한 달 전 기분 좋은 2관왕 이후 주지훈을 다시 만났다. 주지훈은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개인으로는 남우주연상을, 또 '중증외상센터'로는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추가하면서 두배의 성과를 이뤄냈다.
최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만난 주지훈은 7월 18일 시상식 당일을 떠올리면서 "사실은 그날 회식이 없었는데, 작품상을 받게 되면서 모두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다들 너무 고생했던 작품이고 '중증외상센터'는 제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작품 중 가장 힘들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는데, 이런 결과가 오니까 행복하더라.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아침까지 시간을 보냈다"며 웃었다.
회식을 미리 예정하지 않았을 정도로, 주지훈은 기대감은 잠시 넣어두고 시상식에 참석했었다고. 수상 당시 흥분감을 드러내며 무대 위에 올라 쾌활한 수상소감을 전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일이었다. 주지훈은 "안 그래 보이지만, 청룡은 상징적이기 때문에 훨씬 긴장이 많이 된다. 지금까지는 평생을 노미네이트가 되면 머리를 비우는 스타일이었다. 혹시 몰라서 수상소감을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준비를 했다가 상을 못 받으면 상처가 되잖나. 그래서 기대를 안 하고 가는 거다. 못 받아도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주지훈은 "그런데 막상 호명이 돼서 올라가니까 수상소감이 뭐가 없잖나. 제가 청룡시리즈어워즈는 처음 참석을 해보니까 분위기가 좋았다. 긴장도 되지만, 가까이에서 공연을 보는 것 같고, 깔깔 웃고 박수를 치다 보니까 '어어'하다가 호명이 돼서 올라가있더라. 그 순간에는 헷갈렸다. 이게 진지해야 할지, 코믹히야 할지가 헷갈리고 어떤 것이 보고 계신 시청자 분들에게 좋을지 헷갈려서 이상하게 소감이 나온 것 같다. 앞서 (이)수지 씨와 (김)원훈 씨의 수상소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올라갔는데, 그 생각만 나고 너무 재미있었다. 그 그림이 머리에 돌면서 '나도 웃겨야 되나?'하는 부담도 생겼다"며 당시의 속마음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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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수상 당시 이도윤 감독은 "형을 믿는 나를 믿어"라는 말을 해줬던 주지훈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했지만, 식후 행사에서는 주지훈과 함께 사진을 찍기보다는 바깥을 지키면서 눈길을 끌었다. "왜 함께 사진을 찍지 않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우리 그런 사이 아니다"라는 장난기 가득한 멘트를 돌려주기도. 이에 주지훈에게 "이도윤 감독과는 어떤 사이냐"고 물으니, "사랑하는 사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주지훈은 "형수(이도윤 감독의 아내)가 저를 되게 싫어한다. 전화 한 통을 하면 두 시간씩을 하니까. 그런데 그게 농담만 하는 게 아니라 일이 얽혀있다. 10년 전부터 이도윤 감독과 저는 같이 준비한 작품만 세 작품 정도였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들이 있다. 지금도 같이 준비하는 작품이 2~3개 정도가 된다. 서로 작품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는 친구이자 파트너인 거다. 저는 의식적으로 '예쁘다. 예쁘다' 하는 친구나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두지 않는다. 그러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친해지지 못한다. 부족함에 대해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도윤 감독과 저는 그게 되는 사이다.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감독과 배우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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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청룡' 심사위원의 6표를 모두 흡수하며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중증'=주지훈"이라면서 "'중증'의 주인공이 슈퍼맨인데, 그 역할을 개연성있게 만들어준 것은 주연 배우의 역할이다. 주지훈이 그 역할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만화적인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웅 캐릭터로 완성했다"고 평했다. 주지훈 역시 이 부분에 특별히 뿌듯함을 느끼면서 "히어로물인데 이 캐릭터를 땅에 발붙이게 하는 작업을 엄청 고생을 해서 했다. 이도윤 감독이 의학을 혼자 A4용지 150장 분량을 보면서 공부했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부분을 다 작품에 녹여냈다. 그런데 이런 걸 모르는 사람들은 끝나고 다들 나에게 '너무 잘했다. 주지훈 최고다'라며 저를 칭찬해준다. 물론 좋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팀 사람들을 만나면 나한테는 관심도 없다. 다 이도윤 감독을 보면서 '훌륭하십니다' 한다. 그 사람들은 그걸 다 저렇게 녹이려면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다 아는 거다. 저는 감독의 노고를 다 알고 이해하니까, 얘기하다 보면 내가 찬밥이 되더라도 그게 뿌듯하다. 그래서 이 감독을 추천한 거다. 그게 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나왔고,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라며 칭찬의 공을 이도윤 감독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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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을 시작으로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 '공작', '암수살인', 그리고 시리즈 '킹덤'에 '지리산', '조명가게', '중증외상센터' 등을 만들어오며 도전을 아끼지 않았던 주지훈의 다음 작품은 '재혼황후'다. 새로운 얼굴을 한 주지훈의 다음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