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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청룡에서 이름이 불리던 순간, 미미는 여전히 얼떨떨했다. 자신이 후보로 오른 여자 신인예능인상 부문이었지만, 카메라가 비추지 않아 '이번엔 아니구나'라며 박수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객석에서 자신을 향해 환호가 쏟아지자, 비로소 깨닫고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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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그의 독특한 말투를 '미미어'라 부르며 밈으로 소비했지만, 미미 스스로는 "'이게 왜 웃기지?' 싶다"며 머쓱해했다. "제가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데, 옆에서 멤버들이나 제작진이 재미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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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몰표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이 관심사다. 심사위원들은 미미에게 "예능 면에서 확신의 픽 같다", "여자 기안 같다"는 평을 내렸다. 미미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몰표를 주셨다고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어요.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커요. 다만 그 말에만 빠져 있으면 다음 스텝에 집중할 수 없으니, 감사함을 마음에 새기되 매몰되지 않으려 해요. 저는 감히 방송베테랑 선배님들과 비교할 수 없어요. 저는 똑똑하거나 센스가 뛰어나지 않아서, 제가 닮을 수 없는 영역이에요. 하지만 배울 수 있는 태도는 배우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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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TV로만 보던 분들이 제 앞에 계셨어요. 대선배님들을 뵈니 긴장이 많이 됐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선 다들 즐기고 계셔서 저도 긴장을 내려놓고 축제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염혜란 선배님이 먼저 '라디오스타' 잘 봤다고 해주시고, 아이유 선배님도 '너무 잘한다'고 해주셨어요. 박보검 선배님께는 과거 예능에서 게임 중 실수로 이름을 잘못 말한 것에 사죄했죠(웃음)."
특히 이날 임시완의 축하무대가 강렬하게 남았다. "선배님 무대를 보면서 '나도 상 받으면 춤추고 싶다고 말해야지'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상 받으니, 얼떨결해서 깜빡했지 뭐예요. 그런데 선배님 무대로 시상식이 더 파티 같았어요. 격식 있는 자리가 아니라, 청룡은 유쾌하고 행복한 시상식이라는 걸 느꼈죠. 청룡만의 트렌디함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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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이쎄오'는 물론, 고정 출연 중인 '지구오락실', '맛의 나라' 등 식구들도 함께 기뻐했다. "그분들과 인연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게 감사했어요. 예전에는 그룹 활동에 몰입하다 보니 한 번 만난 인연이 금세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한 번 인연도 한 사람 인생에 오래도록 이어지는 걸 느껴요. 그래서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수상의 의미도 되새겼다.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뭐 하나 안 배워오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출연진분들이나 제작진분들을 만나도, 늘 배우는 게 있어서 작업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커요. 앞으로도 기대돼요. 이 일을 잘 하고 싶어요. 도태되지 않고, 이렇게 뵙던 분들을 또 뵙고 싶어요. 제자리에 있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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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오마이걸 미미'보다 '예능인 미미'가 더 먼저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어떤 미미든 다 저니까 굳이 나누지 않아요. 예능에서 먼저 봐주셨다가, 무대 위 모습을 보고 놀라신다면 그것도 좋고, 반대로 무대를 보다가 예능을 즐겨주신다면 그 또한 감사하죠."
예능 활약으로 인한, 새로운 팬층의 유입도 체감하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어머님, 아버님들이 인사해주시고,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도 알아봐 줘요. (연령대를 막론하고) 어떤 분이라도 저를 좋아해주시는 게 마냥 감사해요. 그 자체로 큰 힘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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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청룡의 트로피는 그에게 특별하다. "굶주리는 자에게 주어진 기회 같아요. 절실한 사람에게 주어진 선물 같았어요."
이러한 마음으로, 예능뿐 아니라 연기에도 욕심을 드러냈다. "박보검 선배님의 푼수끼 많은 여동생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언젠가 연기로 청룡에 또 왔으면 좋겠어요. 하하"
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을 가장 채우는 건 '성장'이다. 수상 소감에서도 "어제보다 오늘 1cm라도 더 성장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었다. 무대 위 래퍼로, 예능판의 치트키로, 그리고 이제 청룡의 수상자로. 미미의 10년은 또 다른 1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저는 거짓이나 꾸밈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제 사람이 성장하지 않으면 화면에도 그 모습이 그대로 비치더라고요. 아이돌은 무대에 설 때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마인드 셋을 하고, 새로운 자아로 갈아 끼우죠. 그러나 예능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 안의 성장이 곧 예능에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더 멋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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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