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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몰표였다.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자 예능인상의 주인공은 단 한 치의 이견도 없이 결정됐다. 심사위원 여섯 명 모두의 마음이 이수지에게 향한 것. 올해 예능 무대를 지배한 이름, 이수지가 마침내 '코미디 퀸'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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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으로도 끝까지 웃음을 선사했지만, 속으론 빠뜨린 말이 많았다. "그날 다른 수상자분들이 간결하게 말씀하셔서 저도 시간을 길게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인사를 잘 못드린 것 같아요. 가족 얘기를 빠뜨린 줄도 몰랐어요. 매니저님들과 스태프분들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다만 남편이 살짝 삐치더라고요(웃음)."
김원훈의 깜짝 무대 등장 비하인드도 흥미롭다. "원훈 씨가 수상 불발 직후 '상 받으면 1분만 줘요'라고 했는데, 다행히 제가 받아서 무대에 올랐죠. 그날 끝나고 있었던 'SNL' 회식 자리에서도 거의 원훈 씨 놀림이었어요. 타격감이 좋거든요. 선한 영향력상을 받은 지예은 씨는 '선한 말투'를 계속 이어가더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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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의 오프닝 무대도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막 휘몰아치는데, 확실히 가수분들은 압도하는 게 다르더라고요. 재밌었어요. 뮤지컬 무대 같았죠. 무대하면서 임시완 씨가 저에게 빵을 잔뜩 주셨는데, 뒤에 앉아 계시던 문상훈 씨가 먹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계속 빵을 쳐다보시길래, 한 개를 양보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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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부터 7까지 함께한 'SNL코리아'는 이제 이수지에게 홈그라운드다. "예전엔 적응하느라 눈치만 봤어요. 지금은 제 성향도 스태프들도 서로 잘 알아서 시너지가 커졌죠. 다른 분들이 저에게 '1번이 뭐냐'고 하면 항상 'SNL'이라고 해요. 제일 고된 스케줄이지만,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신동엽이 시즌을 지켜온 것처럼, 이수지에게도 'SNL코리아'는 이제 책임의 무대다. 특히 신동엽은 청룡시리즈어워즈 행사 때마다, 늘 열정을 다해 섭외에 나서곤 했다. "선배님은 섭외를 직접 나서시더라고요. 저는 요즘 염혜란 언니에게 꼭 같이 해보자고 두드리고 있어요. 제발 언니랑 같이 해보고 싶다고. 아, 아이유 씨도 섭외하고 싶어요."
'SNL코리아' 크루 동생들이 잘해낼 때마다 뿌듯하다. "선배님들이 '너네가 잘해야 프로그램이 잘된다'고 하셨거든요. 저도 친구들이 재밌게 하거나, 이슈 받으면 너무 좋고 뿌듯해요. 다들 정말 지혜롭고 똑똑한 친구들이에요."
'SNL코리아'는 자신이 데뷔한 '개그콘서트' 무대와도 닮아 있다. "'개그콘서트'나 'SNL' 스튜디오 녹화 같은 경우, 방청객 에너지를 받아 애드리브를 쏟아내는 게 매력이죠. 에너지를 더 받아서 발산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물론 'SNL' 속 드라마타이즈 코미디는 디테일한 연기나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고요. 두 작업 다 너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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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읽는 법은 의외다. 바로 남편이 트렌드 큐레이터를 해준다. "저는 늦어요. 요즘 밈이나 유행어는 남편이 먼저 알려줘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늦게 알았죠. 남편은 진작 봤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주변에서 저보고 할머니 같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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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심사위원 만장일치 몰표라는 기록은 영광이지만 동시에 부담이다. "수상은 절반쯤만 예상했어요. 다른 분이 받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몰표라니 감사하면서도, '계속 이렇게 해야 하는데' 하는 부담이 있어요. 그래도 즐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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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트로피의 영광 뒤에서, 이수지가 가장 크게 마음에 새긴 건 선배들에 대한 존경이었다. "요즘 이경규, 이경실, 이영자 선배님을 자주 뵙는데, 후배가 웃을 수 있는 판을 열어주시는 걸 보면서 뭉클했어요. 선배님들이 '이제 네 차례야, 해봐'라고 말씀해주실 때 정말 든든하죠.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은 마음인지 아니까 더 울컥했어요."
2년 전 연예대상에서 들었던 이영자의 수상소감도 잊지 않았다. "'여자 코미디언들이 자기 입지를 잘 펼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무대 뒤에서 듣는데, 마치 제게 해주시는 말 같아 울었어요. 요즘은 선배님들의 자취를 따라가고 있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저도 그렇게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고요."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