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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BIFF] "우리 모두 똑같은 인간"…'子 동성 결혼' 윤여정, '결혼 피로연'에 담아낸 부모로서의 경험(종합)

기사입력 2025-09-19 18:35


[SC-BIFF] "우리 모두 똑같은 인간"…'子 동성 결혼' 윤여정, …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부산=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윤여정이 부모로서의 경험담을 녹여낸 영화 '결혼 피로연'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영화 '결혼 피로연' 기자회견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비프힐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윤여정, 한기찬과 앤드루 안 감독이 참석했다.

'결혼 피로연'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두 동성 커플의 가짜 결혼 계획에 눈치 100단 K-할머니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예측불가 코미디로, 한국계 미국인 앤드류 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앤드루 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는데,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은 "저는 재작년에도 와서 앤드루처럼 막 감동스럽진 않다(웃음)"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가) 30년이나 이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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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피로연'은 이안 감독의 1993년 동명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작이다. 앤드류 안 감독은 원작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시대에 맞는 시각을 더하고, 한국적 요소를 담아냈다. 그는 "93년도에 이안 감독님의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보게 됐다. 굉장히 의미가 있는 영화인데, 당시에는 잘 몰랐다"며 "근데 한 사람이자, 한 영화인으로서 이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영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리메이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93년 이후로 많은 게 바뀌었고, 미국에선 동성 결혼도 가능해 가정을 꾸린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퀴어로서 결혼과 아빠가 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작품에 희망과 불안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직면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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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동성애자인 손자 민을 품는 할머니 자영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 앤드루한테 제안을 받았을 땐 엄마 역할이었다. 엄마로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얘(한기찬)가 20대더라. 그래서 이건 너무 한 것 같다고, 차라리 할머니를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교포 감독과 인연이 있고, 제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 이런 친구들이 자라서 작품을 만드는 게 대견스럽다. 제가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주고 싶었다. 상업 영화와는 다르게 독립 영화는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며 "작품을 다 같이 만드는 분위기여서 콕 집어서 이야기할 순 없다. 감독님이 아는 한국인, 제가 아는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감독님이 경험한 부모님과 제가 부모로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선 "평범한 캐릭터다. 제가 연기할 때부터 계획을 하고 그런 사람은 못 된다. 대본을 많이 읽으면 캐릭터의 성격을 알게 되고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생각하면서 역할을 소화한다"며 "제가 표현한 역할이 (다른 할머니 캐릭터와) 달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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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찬은 자영의 손자이자, 가짜 결혼 계획의 주동자인 민을 연기했다. '결혼 피로연'에 앞서 그는 2020년 공개된 웹 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에서 동성애자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이에 한기찬은 "사실 이번 작품보다 다른 작품에서 첫 퀴어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퀴어 소재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결혼 피로연'에는 당연히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됐다. 항상 저는 회사 내부에도 '영어 대본이 있으면, 영어 가능 여부를 묻지 말고 바로 대본을 달라'고 말씀드린다. 제가 가진 언어 능력을 작품에 녹여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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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올해 4월 현지 매체들과 진행한 영화 '결혼 피로연'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첫째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제 첫째 아들이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며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됐을 때 아들의 결혼식을 열어줬다. 한국에서는 아직 비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으로 왔다. 고향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저한테 책을 던질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한다"고 굳건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윤여정은 한국의 성소수자 문화에 대해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 사람들은 이런 문화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제가 한국에서 79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흑인과 백인을 나누는 건 안 된다"며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결혼 피로연'은 24일 개봉한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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