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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이병헌이 영화 '어쩔수가없다' 개봉을 앞두고 박찬욱 감독과 운명 같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가 19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이병헌이 참석해 관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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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제가 영화를 두 편을 말아먹고, 세 번째 영화 '그들만의 세상' 기술시사가 있던 날이었다. 영화를 한참 보고 있는데, 갑자기 조감독님이 들어오시더니 어떤 감독님이 절 기다리신다고 하더라. 영화가 끝나자마자 제가 나갔는데,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의 한 분이 시나리오 봉투를 들고 서 계셨다. '이병헌 배우와 작품을 함께 하고 싶으니 잘 봐달라'면서 봉투를 전달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원래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인상이 별로 안 좋았다. 당시 별의별 생각을 다하면서 '이분과는 작업을 안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근데 그분이 영화 한 편을 말아먹었던 박 감독님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만 해도 충무로에서는 신인 감독이 영화 한 편만 잘 못되어도 더 이상 투자를 받지 못했다. 배우도 두 편 이상의 작품이 잘 안 됐을 경우 섭외가 안 온다. '저 배우가 오면 우리도 망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저희 둘 다 다음 작품을 하는 게 기적 같았다. 망한 감독과 망한 배우가 만나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함께 한 번 으쌰으쌰 하면서 찍자고 했던 작품이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였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로 오랜만에 박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점도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저한테 연출을 해보라고 말씀하신 제작자 분들이 계셨는데, 박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근데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면 그런 마음이 싹 가신다. 작업할 때 워낙 디테일하셔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의 일을 해내신다. 창의적이면서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좋은 아이디어를 접목시키시는데, 단순히 웃음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하나하나 다 담아내신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시는 게 참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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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저뿐만 아니라 아마 작품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그럴거다. 제작자 분들은 잘 모르겠다. 두 작품이 인기를 넘어 어떠한 현상까지 불러일으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저한테 해외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면 여전히 익숙지 않다. 거짓말처럼 들리실 수도 있지만, 긴장을 많이 하고 나름의 긴 시간 동안 심사숙고를 한 뒤, 맨 마지막에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한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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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