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BIFF] "망한 감독과 망한 배우" 이병헌, '포니테일' 박찬욱 감독과 운명 같은 인연도 '어쩔수가없다' (종합)

기사입력 2025-09-19 22:39


[SC-BIFF] "망한 감독과 망한 배우" 이병헌, '포니테일' 박찬욱…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부산=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이병헌이 영화 '어쩔수가없다' 개봉을 앞두고 박찬욱 감독과 운명 같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가 19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이병헌이 참석해 관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021년 신설된 액터스 하우스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동시대 대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산국제영화제만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이병헌, 손예진, 니노미야 카즈나리, 김유정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SC-BIFF] "망한 감독과 망한 배우" 이병헌, '포니테일' 박찬욱…
1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이병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17/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개막식 단독 사회까지 맡아 노련한 진행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과는 '공동경비구역 JSA', '쓰리, 몬스터'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며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는 박 감독과 함께한 첫 번째 작품 '공동경비구역 JSA'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6개월간 공익 근무를 했다. 지금은 그 제도가 다 없어졌고, 제가 마지막 세대였다"며 "소집해제 하기 직전에 '공동경비구역JSA' 대본을 받고, 바로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소집해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제가 영화를 두 편을 말아먹고, 세 번째 영화 '그들만의 세상' 기술시사가 있던 날이었다. 영화를 한참 보고 있는데, 갑자기 조감독님이 들어오시더니 어떤 감독님이 절 기다리신다고 하더라. 영화가 끝나자마자 제가 나갔는데,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의 한 분이 시나리오 봉투를 들고 서 계셨다. '이병헌 배우와 작품을 함께 하고 싶으니 잘 봐달라'면서 봉투를 전달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원래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인상이 별로 안 좋았다. 당시 별의별 생각을 다하면서 '이분과는 작업을 안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근데 그분이 영화 한 편을 말아먹었던 박 감독님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만 해도 충무로에서는 신인 감독이 영화 한 편만 잘 못되어도 더 이상 투자를 받지 못했다. 배우도 두 편 이상의 작품이 잘 안 됐을 경우 섭외가 안 온다. '저 배우가 오면 우리도 망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저희 둘 다 다음 작품을 하는 게 기적 같았다. 망한 감독과 망한 배우가 만나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함께 한 번 으쌰으쌰 하면서 찍자고 했던 작품이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였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로 오랜만에 박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점도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저한테 연출을 해보라고 말씀하신 제작자 분들이 계셨는데, 박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근데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면 그런 마음이 싹 가신다. 작업할 때 워낙 디테일하셔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의 일을 해내신다. 창의적이면서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좋은 아이디어를 접목시키시는데, 단순히 웃음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하나하나 다 담아내신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시는 게 참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SC-BIFF] "망한 감독과 망한 배우" 이병헌, '포니테일' 박찬욱…
17일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기자회견, 왼쪽부터 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염혜란, 이성민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17/
이병헌은 지난 한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와 3에서 프론트 맨으로 활약을 펼쳤고,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선 귀마 역을 맡아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저뿐만 아니라 아마 작품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그럴거다. 제작자 분들은 잘 모르겠다. 두 작품이 인기를 넘어 어떠한 현상까지 불러일으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저한테 해외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면 여전히 익숙지 않다. 거짓말처럼 들리실 수도 있지만, 긴장을 많이 하고 나름의 긴 시간 동안 심사숙고를 한 뒤, 맨 마지막에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한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SC-BIFF] "망한 감독과 망한 배우" 이병헌, '포니테일' 박찬욱…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마지막으로 "부산에 와서도 제육볶음을 먹었냐"는 한 팬의 질문에는 "부산에 와서 3일 동안 지냈는데, 제육볶음을 두 번 먹었다. 제가 제육볶음을 좋아하는 걸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아실 줄은 몰랐다. 포기할 수 없는 음식이다. 예전에 '비상선언'으로 칸 영화제에 갔을 때도 공항에서 호텔을 가던 와중에 한식집을 찾아 제육볶음을 먹었다. 제가 워낙 한식파여서 외국에 있으면 더 생각난다"고 전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물들였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