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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전지적 기자 시점] '배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스포츠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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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회 전주 근영여고전에서 시청자들은 선수들과 함께 김연경 표 작전의 짜릿한 맛을 봤다. 세세한 플레이와 작전들이 얼마나 점수에 영향을 주는지를 느끼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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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은 군더더기가 없다. '강 스파이크' 한방을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정면에서, 후면에서, 이렇게 5분씩이나 다시 봐야하는 일반 스포츠예능이 아니다. 이겨도 져도 한 편에 한 경기꼴. 다른 스포츠 예능 같으면 알토스전에서 세트 스코어 1대1이 됐다면 원더독스가 3세트 혹은 4세트에서 위태로워졌을때 끊었을 법하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다음 편을 보고 싶어할테니. 하지만 '신인감독 김연경'은 가차 없다. 4세트에서 무참히 깨지는 모습을 그대로 전파에 태우며 3차전 오카야마 슈지츠고와의 대전을 준비했다.
배구를 모르는 이들을 위한 간단한 그래픽 설명은 덤이다. 감독이 경기 내내 선수들과 세부적인 작전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그동안 많이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볼만한 점은 선수들의 면면이다. 갓 은퇴한 프로의 톱플레이어들을 모아놓고, 프로 못지 않은 응원단의 응원을 받으며 고교팀을 이겼다고 기뻐하는 수준이 아니다. 단순히 김연경의 팀이 아닌 '인생 2막을 건 선수들의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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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스'(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평소에는 잘 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로 은퇴했던 세터 이나연이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 방출됐던 팀과 바로 맞붙어야하는 미모의 세터 이진의 '독기', 프로경력이 전혀 없는 '아포짓 스파이커' 윤영인과 몽골 국적으로 한국말이 서툰 인쿠시의 성장기, 유명 선수였지만 은퇴한 표승주와 김나희 등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남다르게 경기에 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신인감독 김연경과 배구에 진심인 선수들의 성장기, 이것이 시청자들의 스포츠예능에서 보고 싶어하는 감동의 참모습 아닐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