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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매니저에게 전 재산 사기당해 사채업자에게 무릎 꿇었다."
정웅인은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세 친구' 하차 이유를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박수홍 씨와 '흑과 백'에 출연하면서 '감 잡았어~' 유행어로 인기를 얻었는데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 개그맨이라고 했다"며 "부모님이 어렵게 학비 대주셔서 연극 전공까지 했는데, 배우로 성장하고 싶었던 나에게 그 말이 너무 속상했다. '세 친구'가 잘될수록 진짜 '연기다운 연기'를 하고 싶었다. 스타 캐릭터로 고정되는 게 두려워 하차 결단을 내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과 선배님들께 죄송하다. 그분들에겐 좋은 기회였을 텐데"라며 미안함을 전했다.
'세 친구' 종영 후, 정웅인은 매니저의 배신으로 전 재산을 잃는 사건을 겪었다. 그는 "영화 '써클' 찍을 때였다. 정말 잘 돼서 좋은 차를 샀다. 그걸 타고 집에 오면서 '아버지, 나 드디어 해냈어요' 하면서 울었다. 하지만 곧 매니저가 그의 도장을 도용해 사채를 빌리고 잠적했다"고 말했다. 장항준은 "웅인이의 전 재산을 갖고 튄 거다. 도장도 가지고 있었으니 담보로 다 빌린 거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웅인은 "사채업자가 계속 전화했다. 연기에 집중이 안 돼서 '써클' 감독님께 잔금 좀 먼저 달라 부탁드렸다. "집에 압류딱지를 붙이러 왔는데, 사채업자가 '그래도 유명하신 분이니까 딱지는 뒤에 붙이겠다'고 하더라. 그 덕에 엄마는 편안해지셨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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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지막에 차를 찾으러 사채업자에게 가서 무릎 꿇고 빚 좀 탕감해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그런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래도 금방 잊는다. 돈은 또 벌면 되니까"라며 담담히 말했다.
정웅인은 데뷔 초 안산의 반지하 연립주택에서 살았던 시절도 떠올렸다. "기생충에 나오는 딱 그런 집이었다. 방마다 곰팡이가 폈다"고 회상한 그는 "드라마 '국희'가 잘되고 옆 동네 3층 아파트로 이사 갔다. 짐이 들어오기 전 거실에서 엄마랑 앉아 '엄마, 이거 우리 집이야? 이제 여기 사는 거야?'라고 하며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장항준은 "정웅인의 부모님도 정말 성실하게 사셨다"며 "아버님이 젊을 때부터 고생 많으셨다. 정웅인이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가족의 희생이 컸다"고 덧붙였다.
정웅인은 "아버지가 공단 일자리를 찾아 안산으로 이사했지만 일이 꼬였다. 결국 암으로 돌아가셨다"며 담담히 아버지를 떠올렸다. 장항준은 "병실에서 아버님이 제 손을 잡고 '선생님 고맙습니다'라 하시더라. 나오는데 여동생이 아버지가 스크랩해둔 신문을 보여줬다. '정웅인이 장항준이 아니었으면…'이라는 인터뷰에 형광펜으로 표시돼 있었다"고 말해 모두를 울컥하게 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