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아프리카 최대' 나일강 상류 댐 완공…'물전쟁' 중대기로

기사입력 2025-10-14 08:20

[김동석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나일과 백나일이 합쳐지는 수단 하르툼의 알모그란(Al-Mogran). 오른쪽의 파란색 강줄기가 청나일이고 왼쪽이 백나일이다.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물 색깔이 서로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청나일의 물줄기가 파란색을 띤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17.3.16 gogo213@yna.co.kr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지난 9월 9일 아프리카 최대 규모이자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르네상스 댐)이 착공한 지 14년 만에 완공됐다. 에티오피아 청나일(Blue Nile)강에 위치한 이 댐은 높이 약 145m, 길이 약 2㎞에 걸쳐 건설됐다. 최대 저수량은 740억t이다. 6천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준공식에서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르네상스 댐은 에티오피아인뿐만 아니라 모든 흑인의 성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웃 국가에 해를 입히지 않고 동아프리카 지역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공식에는 케냐, 지부티, 소말리아, 남수단 정상과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이 참석했다. 그러나 나일강 하류 국가인 이집트, 수단 정상은 불참했다.

이집트와 수단은 수자원의 대부분을 나일강에 의존한다. 두 국가는 르네상스 댐이 물 유입량을 크게 줄여 자국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비난한다. 특히 에티오피아가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댐 건설을 추진한 점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르네상스 댐 완공을 계기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내 정세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나일강은 길이가 약 6천700㎞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다. 동부 아프리카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른다.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등의 호수와 강에서 발원한 백나일강, 그리고 에티오피아 타나호에서 발원한 청나일강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합류한다. 이후 이집트를 지나 지중해로 흘러간다. 11개국 2억명 이상의 아프리카인이 나일강 물에 생계를 의존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나일강' 하면 이집트를 떠올린다. 이는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나일강 유역에서 발전했고 이집트가 오랫동안 강물을 독점적으로 사용해 온 역사 때문이기도 하다.

1929년 동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은 면화 수출 극대화와 수에즈 운하 통제권 확보를 위해 이집트와 조약을 맺었다. 영국은 이집트의 나일강 물 사용 독점을 인정했다. 1956년 수단 독립 이후 이집트는 수단과 '나일강 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며 독점적 권리를 유지했다. 영토 대부분이 사막인 이집트 지도자들은 나일강에 자국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조약 체결 과정에서 배제당한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상류 국가들은 이집트-수단 조약에 강력히 반발했다. 나일강 수자원의 공정한 이용과 분배를 요구했다. 상류 국가의 나일강 개발 시도는 당시 아프리카 역내 최강국이던 이집트의 방해로 번번이 좌절됐다. 내전과 쿠데타로 인한 정세 불안도 겹쳐 상류 국가 지도자들은 나일강 문제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이집트의 나일강 수자원 독점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상류 국가들의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나일강 수자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집트의 나일강 수자원 독점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는 2011년 에티오피아의 르네상스 댐 건설 착수로 이어졌다. 이집트 지도자들은 나일강 수량의 86%를 차지하는 청나일강 유역에 대형 댐이 건설되면 물 유입량이 급격히 줄 것이라 주장하며 댐 건설에 강하게 반발했다.

생존 위협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이집트 사회 일각에서는 에티오피아에 대한 무력 사용 주장까지 나왔다. 에티오피아는 이집트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홍수 피해 예방, 전력 확보 등 댐 건설에 따른 이득을 강조했다. 공사가 진행되자 이집트는 수단과 함께 에티오피아와 협상에 돌입했다.

이집트와 수단은 르네상스 댐 건설을 인정하는 대신 점진적인 댐 저수, 최소 400억㎡의 물 방류 보장, 댐 운영 갈등 해결 과정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반면 에티오피아는 전력 수출가 할인을 제시했지만, 지속적인 가뭄 시 물 방류 규모 보장과 해결 과정 제도화에는 난색을 보였다. 협상이 정체를 거듭하는 동안 2022년 첫 전력 생산이 이루어졌고 2025년 9월 댐은 완공됐다.

르네상스 댐 건설을 계기로 역내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지도자들은 댐 건설을 통해 에티오피아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티그라이 내전, 암하라·오로모 지역 폭력사태 등으로 분열된 국민 통합을 추진한다. 댐 건설 비용이 국내 자본과 해외 거주 에티오피아인의 기부로 충당된 점은 댐의 민족적 상징성을 부각했다. 아비 총리는 이를 발판으로 1993년 에리트레아 독립으로 잃었던 해안선·항구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바다에 면한 인접국 에리트레아·소말리아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댐 건설을 막지 못한 이집트는 역내에서 에티오피아 견제를 모색 중이다. 에티오피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에리트레아, 소말리아와 삼각 동맹을 형성하고 소말리아에 배치된 AU 평화유지군을 활용해 에티오피아 접경에 군 주둔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르네상스 댐 준공을 계기로 나일강을 둘러싼 협상이 진척될 가능성도 있다. 에티오피아 입장에서 기후변화와 산업 발전으로 전기 수요가 폭증하는 이집트는 유망한 전력 수출시장이 될 수 있다. 이집트는 유입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나일강 물의 안정적인 유입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나일강 수자원 공유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 르네상스 댐 건설이 역학관계 변화를 이끄는 상황에서 에티오피아와 이집트가 갈등을 넘어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공유 하천 갈등 해결의 모델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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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석 교수

현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부교수, 미국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 소재) 정치학 박사, 아프리카 분쟁과 평화,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 등 주제로 다수의 보고서 및 논문 작성, KBS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특별생방송 출연 및 자문, 영화 '모가디슈'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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