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반전·노출·싱크로율..'한 끗' 달랐던 명품 조연, 트로피 향한 대결

최종수정 2025-11-12 06:58

[청룡영화상] 반전·노출·싱크로율..'한 끗' 달랐던 명품 조연, 트로피…
제46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 권해효('얼굴'), 김성철('파과'), 박정민('하얼빈'), 윤경호('좀비딸'), 이성민('어쩔수가없다')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이들 없이는 한국 영화도 없다. 한 해 동안 개봉한 영화들의 퀄리티를 한층 더 높여줬던 명품 조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아무리 훌륭한 영화더라도, 이들의 '한 끗'이 더해져야만 완성도가 높아지는 법. 파격적인 노출과 변신, 그리고 놀라운 싱크로율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빛내준 이들이 있었기에 한국 영화의 올해도 역시 밝았다.

매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선택을 해왔던 청룡이 올해도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웃겼던 단 한 사람에게 트로피를 선사한다. 올해는 누가 영광의 트로피를 손에 쥐게 될지, 그 주인공이 19일 결정된다.

연기 좀 살살… 미치도록 웃게 만들거나 숨죽이게 만든 다섯 남자

이런 반전이 숨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굴'을 통해 연기 인생 35년 만에 첫 시각장애인 연기에 도전한 권해효가 소름 돋는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을 놀라게 만들었다. '얼굴'에서 살아 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를 연기한 권해효는 극 전반과 후반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반전을 이끌어냈다. 허공을 바라보는 눈빛에 순식간에 바뀌는 그의 표정이 바로 '얼굴'의 최고 묘미가 되는 장면. 이 반전의 주인공에게 트로피가 돌아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대선배 이혜영과의 연기 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김성철의 등장만으로도 '파과'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정도. 김성철이 극 중 연기한 투우는 조각(이혜영)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간직한 인물. 조각을 인생의 단 하나뿐인 구원자로 생각하기도 하고, 목표로 여기기도 하며, 그 안에서는 배신당한 소년의 마음까지 표현해야 했다. 어려운 감정선임에도 김성철은 특유의 소년미로 극을 압도하며 관객들에게 완벽한 회전문을 선사했다. 이제 이 회전문의 끝에 청룡 트로피가 있을지 기다려볼 차례다.

'얼굴'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데 더해 '하얼빈'으로 남우조연상 트로피까지 노리고 있는 박정민의 기세가 상당하다. 박정민은 '하얼빈' 속 안중근(현빈)의 충실한 동지 우덕순을 연기하면서 극의 후반부까지 밀정으로 의심받지만, 결국 진짜 밀정을 알아내고 내면의 갈등을 겪는 모습을 그려내며 관객에게 호평 받았다. 거칠고도 진중한 그의 모습에 "박정민인 줄 몰랐다"는, 배우로서는 최고의 호평까지 받아냈다. 두 개의 트로피에 도전하는 박정민이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당당히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기세가 완전히 올랐다. '중증외상센터'에 이어 '좀비딸'에서도 코믹의 제왕으로 불린 윤경호의 이야기다. 윤경호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좀비딸'에서 조정석이 연기한 정환의 고향 친구이자 약사인 동배를 연기하면서 극에 확실한 재미를 불어넣었다. 극 중 정환의 집에 좀비가 된 딸 수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도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는 동배의 모습이 감동을 선사하는 한편, 각종 분장으로 눈물을 쏙 빼는 재미까지 선물했다. 윤경호에게 청룡의 선택이 닿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어쩔수가없다'의 전반부를 확실히 책임진 이를 꼽는다면 단언컨대 이성민이다. 그가 연기한 범모는 평생을 제지 회사에서 근무해온 인물로, 타자기를 사용하고 LP 음악만을 고집하는 완전한 아날로그형 인간. 이병헌이 연기한 만수의 가장 강력한 재취업 라이벌로 등장한 그는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전라 노출에 더해,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뒤 이어지는 처절한 절규까지 다양한 '첫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범모의 서사에 빠져들게 했다. 이성민은 앞선 인터뷰에서 "후달렸다"는 솔직한 심경을 전했지만, 청룡 무대에서는 트로피를 향한 자신 있는 발걸음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청룡영화상] 반전·노출·싱크로율..'한 끗' 달랐던 명품 조연, 트로피…
제46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 박지현('히든페이스'), 신현빈('얼굴'), 염혜란('어쩔수가없다'), 이정은('좀비딸'), 전여빈('검은수녀들')

싱크로율 200%, 파격 노출, 그리고 얼굴 없는 열연까지

파격 설정 속 파격 노출 연기를 보여준 박지현에게 당연히 시선이 쏠린다. '히든페이스'는 김대우 감독의 '19금' 코드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여기서 미주를 연기한 박지현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선보이며 극을 다채롭게 채워나갔다. 특히 노출 연기뿐 아니라 광기 어린 집착까지 보여주는 미주의 모습에 보는 이들의 시선이 확실하게 쏠릴 정도. 박지현은 '히든페이스'를 통해 기세를 올리며 청룡 트로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얼굴' 속 얼굴 없는 열연이다. 신현빈은 영화 '얼굴'에서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여자 정영희를 연기했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신현빈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화면에는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오직 목소리와 몸짓으로만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극악 난이도의 숙제를 떠안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다. 신현빈이 청룡 트로피로 '얼굴 없는 열연'의 보상을 받게 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를 통해 '청룡' 트로피를 하나 적립한 염혜란은 두 번째 트로피를 향해 달려간다.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애순이 엄마 광례'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 아라를 장착한 그는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로 분해 '어쩔수가없다' 속 색다른 반전을 선사했다. 특히 범모(이성민)와 부부 연기를 선보이는 동시에 연하의 남성과는 파격적인 애정신까지 선보이며 전에는 볼 수 없던 입체적인 인물을 그려냈다. 염혜란이 올해 두 개의 '청룡'을 손에 쥘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제 싱크로율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때. '좀비딸'에서 손녀 수아의 기강을 잡는 할머니 밤순으로 등장한 이정은은 무려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했던 원작 독자들도 단번에 납득할 만한 비주얼로 등장, 관객들의 호평을 독차지했다. 높이 올려 묶은 '똥머리'에 동그란 안경으로 싱크로율을 200%까지 끌어올렸고, 원작과 다른 전라도 사투리에 2NE1 댄스까지 선보이며 자신만의 밤순을 완성해냈다. 그의 열연이 '청룡' 트로피로 증명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여빈은 그 속에서 정신의학과 전공의 수녀 미카엘라를 연기하며 유니아 수녀를 연기한 송혜교와 쌍벽을 이뤘다. 전여빈은 미카엘라를 통해 유니아에 대한 불신부터 신뢰까지 점차 변화하는 감정을 표현, 관객을 극에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라틴어 연기라는 어려운 숙제에 도전하며 연기의 장을 한 단계 더 확장했다. 이미 '거미집'을 통해 제44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그가 재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19일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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