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반 클라이번 우승 때 심사 맡아…"임, 개성 넘치는 연주 훌륭해"
"한국이 미래 클래식 중심될 것"…22일 '함신익과 심포니 송' 공연서 협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스타 연주가가 받는 스트레스와 압박은 엄청납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패해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64)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전했다. 허프는 임윤찬이 2022년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인연이 있다. 당시 임윤찬은 경연에서 허프가 작곡한 '팡파레 토카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현대음악상도 받았다.
오는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함신익과 심포니 송 마스터즈 시리즈'에 협연자로 참석하는 허프는 18일 서울 서대문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자와도 같은 임윤찬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았다.
허프는 한국에서 눈여겨보는 피아니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임윤찬을 언급한 뒤 "'빅' 스타인 임윤찬은 어디를 가나 기자들이 쫓아다니며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을 것"이라며 "세계를 여행하며 공연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쳐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저도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탈진해서 9개월 동안 병원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며 "(연주자로서 오랜 기간 활동하기 위해선) 자신도 모르게 탈진하는 것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윤찬의 개성 넘치는 연주 스타일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프는 "모든 연주자가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임윤찬처럼) 자신만의 음악을 가꿔나가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작곡가로도 활동하는 허프는 유럽과 미국의 클래식이 위기에 처했다며 미래에는 한국이 클래식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은 젊고 열정적인 클래식 청중이 있는 멋진 곳"이라며 "50년 후에는 아마 모든 사람이 한국에 와서 음악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 클래식은 자신감이 결여돼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학교 교육과 부모님들의 태도, 훈련 방식, 젊은 사람들의 외면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프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이 지난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을 직접 연주할 예정이다. '더 월드 오브 예스터데이'(The World of Yesterday)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곡은 유럽 문명이 간직한 감성과 사라져 가는 풍경을 음악적 언어로 회고한 작품이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연주된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은 '마스터즈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공연에서 허프의 곡과 함께 에드바르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등도 선보인다. 오케스트라 창단 주역인 함신익 전 KBS 교향악단 예술감독이 포디움에 오를 예정이다.
허프는 "공연에서는 항상 음악으로 청중과 가장 예민한 감정을 교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1차 세계대전 이전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그리워하는 정서를 담은 '더 월드 오브 예스터데이'로 한국 관객과 새로운 소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필가이자 사상가로도 세상과 소통하는 허프는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능력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라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 너머를 상상하는 모든 사람은 시인"이라며 "모두가 자신만의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hyu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