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핀 가마로 걸어들어갈 준비 끝났다" 토흔(土痕)의 창시자 도예가 이종능 회고전 개최

기사입력 2025-11-30 17:26


"불지핀 가마로 걸어들어갈 준비 끝났다" 토흔(土痕)의 창시자 도예가 이…
도예가 이종능

[스포츠조선 권영한 기자] 토흔(土痕)의 창시자 도예가 이종능이 도예 인생 40년을 집대성하는 회고전을 연다.

이종능(67) 작가는 12월 3일부터 7일까지 개인전 'MUNDUS-빛은 동방에서'를 서울 종로구 통인화랑에서 개최한다.

'MUNDUS'는 라틴어로 '세상, 우주'를 의미하며, '빛은 동방에서(The Dream from the East)'는 그의 예술이 인류를 향해 발신해온 동양의 정신과 생명성을 상징한다.

이종능이 창시한 '토흔(土痕)'은 흙의 표면에 남은 생명의 숨결과 불의 흔적을 ?아 기어이 우주의 그림자라도 잡아 보려는 무모하고도 무진장의 인내가 필요한 창작법이다. 그는 인위적 장식이나 완벽을 거부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흔적 그대로를 ?아 우주의 잔영을 흙 속에 남긴다.


"불지핀 가마로 걸어들어갈 준비 끝났다" 토흔(土痕)의 창시자 도예가 이…
도예가 이종능
토흔의 미학은 '비움의 미(美)'이자 '순환의 철학'이다. 그가 만드는 빈 그릇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시간과 생명을 갈아넣어 미궁같은 허공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에 대해 이종능은 "흙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길에 통과하는 버뮤다 같은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이종능 도예가는 지난 40년 동안 뉴욕, 워싱턴, 런던, 도쿄, 오사카, 두바이, 아부다비, 러시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초대전을 만행하듯 치르며 한국 도자미의 현대적 정수를 전도해왔다.

그의 작품은 각국 언론과 큐레이터들로부터 "자연과 인간의 숨결을 흙으로 빚어 가슴의 불로 숙성시킨 우주 철학자"라는 찬사를 받았고, '토흔'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미학의 경계를 넘어 철학적 언어를 교감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불지핀 가마로 걸어들어갈 준비 끝났다" 토흔(土痕)의 창시자 도예가 이…
도예가 이종능 전시 포스터
평생을 흙과 불을 껴안고 살아온 도예가 이종능은 "흙과 불은 서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흙은 연민이고, 불은 열정이다. 흙과 불은 곧 사람의 이야기"라고 자신의 예술 세계를 설명한다.


그에게 도자(陶瓷)는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존재의 철학, 그리고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품은 인간의 우주다.

수십 년 동안 그는 빈 그릇을 빚어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비워내며 채워온 그 공간을 그는 "우주"라 불렀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말한다.

"이제, 불 지핀 가마 속으로 걸어 들어갈 준비가 끝났다."
권영한 기자 kwonfil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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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종능은?

'어떤 계파나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창작 욕구를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도예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는 대학 4학년 때부터 한국 도자기의 메카인 경기도 이천에서 본격적인 흙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 도자기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인 1990년부터 93년까지 미술 대학원 진학 대신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몽고는 물론 실크로드까지 북방문화와 남방문화의 흐름을 3년 동안 몸소 체험하면서 열정적인 연구를 거듭했었다.

작가는 1986년 KBS-NHK 공동제작 '고향을 어찌 잊으리'에서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간 가고시마 사쯔마 야끼의 대가 심수관 선생의 1대조 심당길 도공 대역으로 물레를 차면서 한국과 일본의 도자에 얽힌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종능 작가는 도예가로서 뜻밖의 참변을 만나 도예인생을 포기할 뻔한 순간을 맞은 적도 있었다. 일본에서 도자기 수업 중 뜻밖의 사고로 도예가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를 잃게 된 것. 그러나 작가는 더 부단한 열정과 더 뜨거운 노력으로 손가락 절단의 운명을 극복하고 마침내 자신의 도예세계를 열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의 명차 산지인 운남성(시수안 반나, 멍하이), 명요(건요, 길주요, 경덕진 등)를 몸소 체험하고, 동양 3국의 도자문화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 결과 국제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불지핀 가마로 걸어들어갈 준비 끝났다" 토흔(土痕)의 창시자 도예가 이…
목포대초청전시
이종능 작가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그해 열린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도예 초대전을 연 것을 비롯하여 2002년 KBS-NHK 합작 월드컵 홍보다큐 '동쪽으로의 출발'에서 한국도자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한일 문화교류에 이바지하게 되었다.

또 2004년에는 KBS 세계 도자기 다큐 6부작 '도자기'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들조차 궁금해 했던 도자기의 비밀을 그가 직접 설계한 가마에서 세계 최초로 풀어내 일반 시청자는 물론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이종능 작가는 2007년 9월에 대영박물관에서 백자 달항아리 특별전을 열어 또 한 번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고,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은 것 같은 백색의 달 항아리의 계보를 잇는 달 항아리 연작을 선보였던 일본의 도쿄, 오사카 전시회 때도 일본방송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었다.

2013~14년 미국 L.A와 뉴욕 전시회를 통해서 많은 미 주류사회 사람들과 미술전문가, 박물관 관계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 덕분에 2015년 워싱턴 D.C 초대전을 가지게 되었다.


"불지핀 가마로 걸어들어갈 준비 끝났다" 토흔(土痕)의 창시자 도예가 이…
03Anima Lucis빛의 영혼.
현재 '피츠버그 국립 민속 박물관', '중국 항주 국립다엽박물관', '일본 오사카 역사박물관' 등지에 소장되어 있는 그의 작품에 대해 각계의 평가들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작가 최인호 선생은 "도예가이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는 창조자로서의 면목이 있다. 지산 선생에게는 자신의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치열함, 거짓을 모르는 참 빛이 있으니 육신을 태워 불가마 속에서 하나의 등신불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소중한 장인이 되어 줄 것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일본의 살아있는 도자기 인간 국보'로 칭송받고 있는 가토 코오죠 선생은 2010년 도쿄 전시회 때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산의 작품은 강렬한 힘과 동시에 소박하고 순수함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고 극찬 했었다.

2015년 워싱턴DC 전시회 오프닝 날엔 세계적인 뮤지엄인 워싱턴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폴 테일러 박사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 넓은 작품세계가 신선하고 유니크하다. 특히 토흔 도자기 벽화는 기존의 도자기 모습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로 이 도예가의 창의적 감각에 찬사를 보낸다"고 평했다


"불지핀 가마로 걸어들어갈 준비 끝났다" 토흔(土痕)의 창시자 도예가 이…
한국UAE수교40주년기념전시-아부다비
2020년 2월에는 한-UAE 수교 40주년 기념 전시회를 아부다비에서 개최했었다.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지산의 도예 전시회는 많은 문화 외교계 관계자, 왕족 등 많은 이들이 유니크 한 지산의 토흔 작품에 매료되어 찬사를 아끼지 않았었다. 도예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동인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도예문화를 선보이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양국 문화 외교에 일익을 담당했었다.

2022년에는 "2030년 월드 엑스포 부산 유치기원 " 행사에서 음악은 BTS, 도자기는 이종능 작가가 성황리에 전시회를 마쳤었다.

늘 동경해 왔던 우주의 신비를 토흔의 질박함과 색감을 차용하여 새로운 생명의 파동을 보여주는 우주시리즈 작품에 열정을 쏟고 있다. "도예가란 나의 직업이 아니라 내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길동무"라고 그는 말한다. 이렇듯 이종능 작가는 자신만의 흙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의 경쟁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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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우주의신비 Mystery of the Universe48.5X55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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