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첫 국제광고협회 회장…김석년 전 오리콤 사장 별세

기사입력 2025-12-17 16:26

[광고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등 대표작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80년대 오리콤 사장을 지낸 뒤 동양인으론 처음으로 국제광고협회(IAA) 세계 회장을 지낸 김석년(金石年) 전 ㈜선연 명예회장이 지난 15일 오후 10시2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7일 전했다. 향년 91세.

서울(종로구 옥인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엔 연극에 몰두했다. 탤런트 이낙훈(1936∼1998)이 고교와 대학 연극반 후배였다. 프랑스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처음 광고를 접했다.

1971년 한국 최초의 종합 광고대행사인 합동통신 광고기획실에 기획국 부국장 겸 제작부장으로 들어갔다. 합동통신은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뉴스통신사로 1980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으로 통합될 때까지 광고대행업도 병행했다. 합동통신 광고기획실은 1979년 5월 오리콤으로 분사됐다.

고인은 두산그룹 계열사인 OB맥주의 광고과를 흡수해 규모를 키웠다. 1973년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소비자 조사에 근거해서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이라는 빙그레 '퍼모스트' 아이스크림 광고 구호를 만들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유한킴벌리 광고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고인이었다.

오리콤 설립 후 전무이사, 부사장, 사장(1981∼1990년)으로 일했다. 광고 제작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덕션 시스템을 갖추려고 1984년 12월26일 오리콤 AVC를 세웠다. 이때부터 해외에서 '세년 킴'(Senyon Kim)으로 불리는 등 국제 광고계 유명 인사였다. 1982∼1989년 한국광고협의회장, 1986년 한국광고업협회(현 한국광고산업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88서울올림픽 당시에는 기술위원회에 참여했다. 윤태일 한림대 교수가 쓴 '김석년과 그의 광고시대'에 실린 인터뷰에서 "올림픽 심볼을 결정할 적에 제일 처음에는 까치였다. 까치로는 약하다 그래서 호돌이로 밀어붙였죠. 결국 호돌이가 채택이 됐어요. 그때 난 호돌이를 강력하게 주장했어요"라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설립 후 광고업계 대표로 공익자금 관리 업무를 맡아 예술의전당을 지원했다. 1980∼90년대 한국 광고 시장 개방 압력의 파고 속에서 단계적 개방을 주장하며 국내 광고대행사를 키웠다.

1990년 독립 광고대행사 선연을 세운 뒤 아시아인 중 처음으로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1996∼1998년 동양인 최초로 광고 분야 세계 최대 기구인 국제광고협회(IAA) 세계 회장으로 일했다. 1997년 아시아광고대회 공로상, 2000년 IAA 샤밀 파레스상, 2013년 IAA 공로상을 받았다.

아시아광고연맹은 2015년 11월 고인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며 "1960년대부터 한국 광고 대행사 비즈니스의 선도자로 널리 알려진 김석년은 은퇴할 때까지 반세기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광고 전문가로서 자기 경력을 일궈냈다 (중략) 그가 중요하게 여긴 건 광고 전문가의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대행사 비즈니스를 관리하고,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길러내는 일이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김석년과 그의 광고시대'에서 "그의 개인사가 곧 한국의 광고사가 될 정도로 한국 광고를 대표하는 문제적 인물은 누구일까? (중략) 아마도 김석년이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라고 썼다.

유족은 부인 현희정씨와 1남1녀(김찬일·김찬주)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18일 오전 7시, 장지 경기도 덕소 선영. ☎ 02-2072-2022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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