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차지한 '눈과 돌멩이'의 위수정 작가가 지난 27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대상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다산북스
[고재완의 컬처&]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위수정 작가의 '눈과 돌멩이'가 선정됐다.
지난 27일 발표된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쥔 '눈과 돌멩이'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설경과 그 속에 감추어진 아득한 진실을 향해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수작으로 고요하고도 집요하게 내려앉는 눈송이와 던지면 무엇이든 파괴할 듯한 돌멩이가 상반되면서도 중첩하며, 어쩌면 같은 얼굴을 지닌 '삶과 죽음'에 대해 소설은 위험할 만큼 매혹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 작품은 이십 년 가까이 느슨하면서도 각별한 우정을 나눈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암 투병 중 자살한 수진의 유골을 들고 유미와 재한은 일본으로 떠나는데, 그들이 향하는 나고야는 수진이 생전 그들과 함께 가고 싶어 한 여행지다. 뼛가루같이 새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을 기다린 그들은, 형체는 다르나 존재는 분명한,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수진과 어쩌면 진정 이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또는 불안을 품고 낯선 타지에 도착한다. 수진을 보내기로 한 도가쿠시 삼나무 숲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정작 수진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인 스스로와 마주하고, 하염없이 내려앉는 눈송이 사이에 수진의 뼛가루를 뿌리며 비참함을 느낀다. "이 모든 게, 거짓말 같다"는 그들의 말은 지독한 농담 같은 현실, 그림 같고 영화 같은 풍경 속에서 이해 못 할 친구의 요구를 수행하는,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은, 차라리 공포에 가까운 현실을 대변한다. 춥고 불편한 이별 뒤에는 고립이 기다리고 있었고, 갈 곳을 잃은 유미와 재한은 근처에 기거하는 한 일본인의 도움을 받는다. 하필이면 그날 낮에 식당에서 보고 수군거린 '여장 남자'였다는 건 우연일까, 운명일까. 편견 어린 시선으로 친절을 오해하는 재한과 그런 재한을 보며 한심해하는 유미는 멀리서 보면 코미디, 가까이서 보면 스릴러다. 어긋나는 대화 속에서도 공감이 가능했던 건, 일본인 코요 역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그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을 지우고 장신구를 뺀 코요의 다른 얼굴을 마주하듯, 그들은 코요를 통해 이별과 애도의 다른 모습을 마주한 뒤 수진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올해 시상식 운영위원이자 본심 심사위원을 맡은 은희경 소설가는 "읽어가는 동안 계속해서 이야기의 방향이 옮겨가고 해석이 달라지는 듯한 낯선 흐름이 매력적이다. 그 리듬이 서사에 빠져들게 만든다. 끝까지 비밀을 말해주지 않는 진실의 겹 안에서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나 할까. 그 참여를 유인하는 풍경과 감정 들이 이 작품을 대상으로 이끌었다"고 평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위 작가는, 소설집 '은의 세계'를 통해 안온해 보이는 삶의 그늘을 들추는 용기를 내보였고 '우리에게 없는 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고통의 감각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세련됨을 드러냈다. 그 문학적 성취는 2022년 김유정작가상과 2024년 한국일보문학상의 수상으로 조명됐고,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쥐며 동시대 한국문학을 견인하는 작가적 궤적을 분명히 했다.
위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써왔고 그것이 작가의 의무이자 예의라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은 나의 필요에 의해서 썼다"며 "그래서 이 작품으로 이상문학상을 받게 돼 더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쁘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는 위 작가의 마음은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눈과 돌멩이'에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담아냈다.
이어 우수상 수상작으로는 김혜진 작가의 '관종들', 성혜령 작가의 '대부호', 이민진 작가의 '겨울의 윤리', 정이현 작가의 '실패담 크루', 함윤이 작가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이 선정됐다.
지난해, 새로운 전통을 표방하며 재시작을 알린 이상문학상은 올해 역시 '공정함'을 기준으로 전 심사를 진행했다. 예심을 맡은 박혜진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소유정 문학평론가, 인아영 문학평론가, 전기화 문학평론가,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 등 심사위원 6인은 그 어떤 제한 조건 없이,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을 후보작으로 인식하며 심사했으며, 김경욱 소설가, 김형중 문학평론가, 신수정 문학평론가, 은희경 소설가, 최진영 소설가 등 본심 심사위원 5인 역시 오직 작품성을 기준에 둔 심사 방식으로 대상 1편과 우수상 5편을 선정했다.
1977년부터 49년째 전통을 이어오는 이상문학상의 기본 취지, 한 해 동안 국내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을 시상한다는 점에는 변함없으며, 중단편 부문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금을 수여한다는 점도 여전하다. 대상 수상 작가에게 5000만 원, 우수상 수상 작가에게는 500만 원씩의 상금을 수여함으로써 그해 '최고의' 작가와 작품에 걸맞은 표창을 진행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사진=다산북스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차지한 '눈과 돌멩이'의 위수정 작가가 지난 27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대상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다산북스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차지한 '눈과 돌멩이'의 위수정 작가가 지난 27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대상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다산북스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차지한 '눈과 돌멩이'의 위수정 작가가 지난 27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대상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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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차지한 '눈과 돌멩이'의 위수정 작가가 지난 27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대상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다산북스